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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료공백 유탄맞은 '해바라기센터'

박민주 사회부 기자





‘약한 고리’는 축구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이론 중 하나다.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일원 중 약한 고리가 있다면 팀의 승률은 낮아진다는 분석에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우리 사회를 팀 플레이에 빗대 약한 고리인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엔데믹이 찾아온 지금에도 가장 먼저 위기에 빠지는 이들은 약한 고리들이다. 지난달부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맞서 의사 집단의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병원 현장은 혼란 속에 놓였다. 전공의에 이어 전국 의대 교수들도 사직 행렬에 동참했다. 남은 인력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장기적인 피로로 의료 붕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환자·장애인 등 의료 취약 계층은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달라”고 호소를 거듭하고 있다.

도처에 약한 고리는 숨어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해바라기센터에서도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보고됐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행 피해자에게 상담·의료·수사지원 등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현재 전국 39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병원과 연계해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증거를 채취하는 과정(응급키트 사용)에서 의료 인력의 이탈로 이 같은 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이달 14일 여성가족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39개 중 8개 해바라기센터에서 응급키트 조치가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지원에 공백이 없도록 성폭력전담의료기관이나 다른 해바라기센터로 연계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은 악화되는 모양새다. 취재 결과 20일 기준 응급키트가 제한되는 전국 해바라기센터는 9곳으로 늘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해바라기센터는 증거 채취 등의 대응이 촌각을 다투기 때문에 병원 응급실에 위치하는 것”이라면서 “피해 소견에 대해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의 접근이 필요한데 현장마다 상황이 크게 달라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해바라기센터와 의료 공백. 언뜻 무관한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성폭력 피해자 이외에도 존재하는 수많은 약한 고리들이 남모를 위기를 겪고 있음은 분명하다.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의 피해자는 정부도, 의사도 아닌 이러한 약한 고리들은 아닐까. 강경책에서 벗어나 양측이 진정한 문제 해결에 골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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