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상자위대 부대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금기 문구인 ‘대동아전쟁’을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선 것과 관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9일 자위대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해당 문구는 게시 3일 만인 8일 삭제조치됐다.
육상자위대 제32보통과 연대는 지난 5일 엑스(X)에 “32연대 대원이 ‘대동아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이오지마(硫黃島)에서 개최된 일미 이오지마 전몰차 합동 위령추도식에 참가했다”며 “조국을 위해 존귀한 생명을 바친 일미 양국 영령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대동아전쟁’은 일본이 아시아 식민지를 해방하기 위해 전쟁을 했다는 왜곡된 의미를 담고 있어, 일본에서도 사용이 금기시돼 있다.
일본 자위대 공식 계정에서 해당 용어를 사용하자 한국, 일본 내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파장이 일었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침략전쟁에 대한 꾸준한 사죄는커녕 전쟁을 미화하는 용어인 대동아전쟁을 사용하는 건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겠다는 의도"라며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말라"고 항의메일을 보냈다고 적었다.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대동아전쟁’ 용어에 대해 “현재 일반적으로 정부 공문서에서 사용하지 않는 용어여서 (SNS에서 내용을) 수정했다”며 “당시 사용하던 호칭을 사용했으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보고를 부대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은 1940년 서구로부터 아시아를 해방한다는 명목으로 ‘대동아공영권 확립을 도모한다’는 외교방침을 세우고, 이듬해인 1941년 12월 국무회의를 통해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를 두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일본의 의도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은 패전 후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공문서 등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공표했으며 지금도 일본 정부는 공문서에 이 용어를 쓰지 않는다.
대부분 정치인, 언론, 교과서는 ‘대동아전쟁’ 대신 ‘태평양전쟁이’나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 역사 왜곡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 극우단체는 여전히 해당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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