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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첩보위성 성능은…600km 상공서 5㎝ 물체도 식별[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美 전세계 가장 강력한 첩보위성 보유

열쇠구멍으로 훔쳐 본다는 의미 ‘키홀’

KH-13·KH-14는 5㎝ 물체 식별 가능

1대당 10억달러(1조1256억원) 수준

미 군사정찰위성 ‘키홀(KH)-12’ 모습. 사진=global security 캡처




1998년 제작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란 영화를 보면 인공위성에서 실시간으로 개인을 관찰하고 추적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한 장면이고 기술적으로는 현실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했지만, 현재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할 때 적국의 동향과 정보를 샅샅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손자병법에도 명시된 전쟁의 최우선 대비 태세로, 강력한 무기가 된다. 바로 ‘정찰’ 이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우주에서 카메라를 이용해 적을 촬영하고 파악하는데, ‘정찰위성’(reconnaissance satellite)이 그 역할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우크라 전쟁 발발 직전에 “러시아군이 수일 내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 예측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헛된 공상일 뿐”이라며 바이든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다 알고 있다”고 반박했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예측대로 엿새 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미국은 어떻게 러시아의 침공을 장담한 것일까.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첩보위성(스파이위성)을 갖고 있기에 가능했다. 러시아 병력의 이동 경로, 산속에서 벌어지는 미사일 동향, 장갑차와 전차 등의 움직임을 속속 들히 엿볼 수 있다.

다른 나라 엿보기 일등공신 ‘첩보위성’


미국의 첩보위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접 국경에 약 10만~13만명 규모의 군대를 결집했던 시기부터 다양한 정찰기와 드론을 비롯해 최첨단 인공위성까지 동원해 러시아군의 의중을 조기에 파악했다. 이들의 사진 정보에는 러시아군이 배치한 탱크와 대포 등이 낱낱이 포착됐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2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배경도 미국 첩보위성 덕택이다. 군사 전문가은 미국이 정찰위성을 필두로 공군 무인정찰기, 드론, 상업용 위성 등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수시로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면서 대응 방안 수립을 돕고 있다. 러시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약한 군사력으로도 우크라이나가 막강한 러시아군의 공격을 잘 방어하고 있는 이유다.

웬만한 군사 강국은 대부분 첩보위성을 띄우고 다른 나라를 엿보고 있다. 남의 나라 심장부에 있는 주요 건물의 사진을 찍고 파악하며 동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 공격은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건, 상대방에게 무기를 들이대고 위협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각국이 우주 공간에서 소리 없는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우리나라 상공에서도 예외 없이 외국의 첩보위성이 한반도를 엿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정찰위성 키홀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지만 형상은 허블우주망원경과 형태와 구조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허블우주망원경. 사진 제공=NASA


위성에서 지구를 관측하는 기술은 미국과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시대를 통해 발전됐다. 이런 이유에서 미 첩보위성 수준은 단연 세계 최고다. 첩보위성에는 크게 정찰위성, 조기경보위성, 그리고 도청위성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정찰위성이다. 정찰위성은 작전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지상을 들여다보며 적의 동향이나 지형을 살피는 일을 한다.

미국 첩보위성의 최강자는 정찰위성인 ‘키홀(Key Hole·KH)’이다. 열쇠구멍으로 훔쳐 본다는 의미다. 미국의 광학정찰 위성의 코드네임으로 보통 약자로 KH라고 한다. KH-1부터 KH-14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록히드마틴 사에서 생산했다. 1994년에는 록히드마틴 사가 상업용 지구관측 위성인 아이코노스(IKONOS) 위성 개발을 시작해 2000년부터 1m급 영상을 판매함으로써 상업용 고해상도 위성시장이 열리게 됐다. 많은 후발 국가들이 고해상도 관측위성 보유계획을 수립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첩보위성은 보통 고도 300~600㎞의 지구 저궤도에 위치한다. 어느 지역에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가능한 한 낮은 고도에서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성이 지면과 가까워질수록 영상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도 고려됐다. 그래서 정찰위성들은 자기 궤도에서 편하게 셔터만 눌러대지 않고, 때때로 상당히 급격한 운동을 통해 최대한 지구 가까이 내려오는 방식을 사용한다.

미 첩보위성 키홀, 5㎝ 물체도 식별


실제로 미 공군우주사령부가 관리하는 KH-12도 평상시에는 600㎞의 고도에 있다가 목표가 정해지면 200~300㎞ 높이로 내려와 목표 지점의 영상을 촬영하고 다시 제자리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해상도 15㎝급의 최고 광학카메라를 사용해 지구를 마치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보듯 15㎝ 크기의 물체까지 정밀하게 식별한다.

이 해상도면 지상의 남자와 여자를 구별해낼 수 있고, 자동차 번호판까지 읽어낼 수 있다. KH-12보다 성능이 향상된 KH-13·KH-14는 5㎝의 물체도 식별이 가능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키홀이 추적해 탐지하기 시작하면 적국의 움직임을 샅샅이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키홀은 광학카메라를 이용해 지상물체를 촬영한다. KH-11은 주간 정찰용이고, KH-12·13·14는 주·야간 정찰용이다. 1990년대 말에 쏘아올린 KH-12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고 투과력이 강한 적외선카메라까지 갖추고 있다. 덕분에 날씨에 상관없이, 낮과 밤 제한 없이 목표물의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하다. 구름이 끼어 있거나 밤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KH-1의 한계를 보완하는 셈이다. 이 같은 성능 덕분에 이라크전쟁 때 이라크 상공을 하루에 몇 차례씩 돌며 정보를 수집해 다국적군의 인명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홀 첩보위성의 구조. 사진=나무위키 캡처


해상도 5㎝란 해당 크기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의미다. 사진 파일 속 한 픽셀(화소)에 해당하는 물체의 크기가 5㎝라는 얘기다. 키홀은 광학카메라 외에 적외선카메라도 장착하고 있어 밤이나 구름 낀 흐린 날씨에도 지상을 감시할 수 있다.

키홀의 놀라운 광학성능은 우연한 기회에 세상에 공개됐다.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SA 224로 명명된 위성 사진 한 장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다. 이 사진은 폭발사고가 일어난 이란의 로켓 발사대를 찍은 것이다. 불타버린 차량뿐 아니라 발사대를 장식한 글씨까지 선명해 위성사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해상도를 보였다.



앞서 지난 1984년에도 키홀이 찍은 사진이 한차례 유출된 바 있다. 당시 영국의 군사정보 전문업체 제인스가 발행하는 군사잡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키홀(KH-11)이 찍은 소련 키에프급 항공모함 건조 장면이라며 입수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소련 해군기지의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풍경이 항공촬영 수준으로 자세히 나타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최신형 KH-12은 1대당 가격은 10억 달러(1조1256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 군사 전문가는 “현재 상업위성 중 가장 뛰어난 해상도가 30㎝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사진은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보여 세계 각국의 위성사진 전문가들은 키홀이 찍은 사진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露 ‘코스모스-2428’ 美 대응한 해상도


첩보위성은 지구의 강한 인력에 끌리지 않고 첩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아야 한다. 500㎞ 상공인 경우 초속 약 8㎞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덕분에 첩보위성은 하루에 지구를 14바퀴 반 정도 지구를 선회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저궤도의 감시 시스템인 첩보위성은 결국 우주 전쟁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맞설 수 있는 위상 강국은 러시아다. 러시아 역시 많은 첩보위성을 통해 세계의 구석구석을 엿보고 있다. ‘코스모스-2428’은 미국의 키홀에 버금가는 높은 해상도를 보유한 고성능 정찰 첩보위성이다. 최대 해상도가 20㎝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사일 공격과 원자핵 실험을 감시할 수 있는 오코 위성과 프로뇨츠 위성을 결합한 조기경보위성 시스템도 운용 중이다.

프랑스와 독일도 각각 ‘헬리오스(HELLIOS)-2A’와 ‘SAR-Lupe’라는 정찰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펙을 발사해 자신들의 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스파이 위성의 일종인 전자 정보 수집 위성을 운용 중이다. 일본은 지난 2022년 2월 발사한 관측위성 고가쿠(光學) 7호기의 목표를 한반도 감시라고 해 이를 정찰위성 용도로 사용하고 있음을 밝혔다. 현재는 정찰위성 7개가 지상을 감시하며 비밀리에 한반도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일본의 광학 정찰위성은 30㎝ 크기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첩보위성이라기보다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를 운용하고 있다. 해상도 70㎝급의 꽤 수준 높은 위성이다. 또 북한을 감시할 30㎝급 군용 정찰위성 5기를 개발하는 ‘425 사업’이 진행 중으로 지난해 12월2일에 군사 정찰위성 1호기, 지난 4월 8일에 군사 정찰위성 2호기를 쏘아올렸다.

우리 군의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스페이스센터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부


우리 군의 두 번째 군사 정찰위성이 한국 시각 8일 오전 8시 17분(현지 시각 7일 오후 7시 17분) 미국 플로리다주 메리트아일랜드의 케네디 스페이스센터에서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약 45분 뒤인 오전 9시 2분쯤 발사체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됐고, 목표 궤도에 정상 진입했다. 당일 늦은 오후에는 국내 지상국과 데이터 송수신까지 성공하며 최종적으로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발사는 지난해 말 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한 지 3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정찰위성 2호기는 경사 궤도를 돌면서 지상을 향해 레이더로 전파를 순차적으로 발사한 뒤 반사돼 오는 신호를 받아 영상을 생성하는 SAR 위성이다.

지난해 발사한 1호기는 태양과 항상 같은 각도를 유지하는 태양 동기 궤도를 돌면서 하루 2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난다. 이때 낮에는 가시광선을 활용해 촬영하고 밤에는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촬영하는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이다. 1호기의 EO 장비는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날씨의 영향을 받아 구름이 많이 낀 날에는 촬영이 제한된다.

반면 2호기는 하루 4~6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면서 촬영하고, 1호기와 달리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름이 꼈거나 악천후인 상황에서도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해상도는 지상의 30cm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0.3m급으로 알려졌다.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를 탑재해 전천후 주야간 촬영이 가능한 정찰위성 2호기는 수개월간의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대북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발사 성공으로 확보되는 군 최초 SAR(영상 레이더) 위성을 통해,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보 감시 정찰 능력이 더욱 강화됐다”며 “향후 후속 위성 발사도 차질 없이 추진해가겠다”고 했다.

초소형 군집 위성 총 30여기 운용


군 당국은 2025년까지 SAR 위성 3기를 추가로 발사해, 총 5기의 정찰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찰위성 5기의 전력화가 끝나면 북한 미사일 발사 차량(TEL)의 움직임과 병력 이동, 북한 지휘부 동선 등을 2시간 단위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국방부는 또 425 위성의 2시간 감시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해상도 1m급 초소형 군집 정찰위성 총 30여 기를 고도 510㎞의 지구궤도에 올리는 계획도 추가로 추진 중이다. 참여기관인 한화시스템의 관계자는 “해상도는 425 위성이 높지만, 하루에 지구 저궤도를 14바퀴 이상 도는 특성상 생길 수밖에 없는 실시간 감시의 공백을 초소형 군집 정찰위성들로 상당부분 메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정찰위성 이외에 우리나라는 첩보위성이라기보다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를 운용하고 있다. 해상도 70㎝급의 꽤 수준 높은 위성이다. 정찰위성은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황진영 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의 군용 정찰위성은 카메라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과 함께, 대규모 군집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방식이 서로 보완해가며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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