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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종차별·사법제도 전국적 논쟁 촉발"…전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 사망

미식축구 스타로 부와 명성 쌓아

전처 살해 혐의로 법정 섰지만

인종차별 문제 파고들어 무죄평결

결백 주장 불구 민사선 '배상판결'

카지노 강도 징역형 받고 가석방

OJ 심슨이 1995년 6월 열린 재판에서 범죄 증거인 피묻은 장갑과 유사한 새 장갑을 끼고 배심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1개월에 걸친 ‘세기의 재판’ 끝에 무죄 평결을 받아냈던 전 미국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이 76세로 사망했다.

그는 미식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을 세우고 배우로도 활약하는 등 ‘흑인의 영웅’으로 추앙 받았지만 백인 아내와 그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명예가 추락했다. 고액 수임료를 받은 변호인단이 인종차별 등을 이슈 삼아 그의 무죄 판결을 이끌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미국인은 그의 유죄를 믿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최고의 미식축구 스타였지만 인종과 형사 사법 제도에 대한 전국적 논쟁을 촉발시킨 살인 사건 재판의 주인공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프로풋볼 명예의전당 회장 짐 포터는 11일(현지 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심슨이 전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포터 회장은 심슨이 두 달 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고 이후 항암 치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1947년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심슨은 1960년대 후반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미식축구 스타로 큰 인기를 얻었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서 11시즌 동안 활약하며 1973년 러닝백으로는 최초로 2000야드를 넘게 뛰는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이런 공로로 1985년 프로풋볼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선수 생활 이후에도 스포츠 캐스터와 영화배우, 렌터카 업체 허츠의 대변인 및 모델 등으로 활동하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적지 않았던 당시 그는 성공한 흑인의 대표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1994년 6월 백인인 심슨의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연인 론 골드먼이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잔인하게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며 운명은 바뀌었다. 경찰은 심슨을 범인으로 의심했고 사건 발생 5일 만에 그를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심슨은 약 2시간 동안 권총을 들고 친구의 차량 뒷좌석에 앉아 달아나는 도주극을 벌였고 이 모습이 TV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방송을 지켜본 대다수 미국인은 심슨이 범인일 것이라는 의심을 굳혔다.

O J 심슨과 그의 아내 니콜 브라운 심슨의 1993년 10월 모습. AP연합뉴스


하지만 심슨은 11개월간 열린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심슨의 재판은 전 미식축구 영웅의 추락이라는 점과 함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경찰의 위법행위 등 자극적인 이야기가 뒤섞이며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심슨의 변호인단은 경찰이 인종차별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심슨에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LA에서는 1992년 백인 경찰관들이 과속 운전으로 적발된 흑인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사건으로 ‘LA 폭동’이 일어나는 등 인종 문제에 예민하던 때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법정에 선 심슨은 핵심 증거였던 피 묻은 장갑을 직접 손에 낀 후 “너무 작다”고 말했고 그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분위기가 극적으로 반전했다. 흑인 9명, 백인 2명, 히스패닉 1명으로 구성됐던 당시 배심원단은 변호인단의 손을 들어줬고 배심원 평결에는 일사부재리가 적용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은 종결됐다.

하지만 형사재판과 달리 여론의 법정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대다수 미국인은 그를 범인으로 믿고 있다. 별도로 열린 민사재판 배심원단도 이 사건에서 심슨의 죄를 인정했다. 브라운과 골드먼의 유족에게 3350만 달러(약 459억 원)를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심슨은 배상금의 상당 부분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심슨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2007년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가정 아래 살인 사건을 상세히 묘사한 ‘만일 내가 그랬다면:살인자의 고백’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책 부록에서 “내가 칼을 집었던 것은 기억한다. 솔직히 말해 그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심슨은 2007년 9월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카지노에서 총을 겨누고 물건을 훔친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강도죄 등으로 최대 33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17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유족으로는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자녀와 브라운과의 두 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자녀 등 4명의 자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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