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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인정하는 사회와 정치 문화

■김정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21세기를 대표하는 단어를 뽑으라면, 필자는 단연 ‘혼란’을 택할 것이다.

지금 시기처럼 다양한 입장의 목소리가 범람하는 시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교권 추락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같은 해결 방안이 나오거나 성평등을 추구해야 하는 담론이 어느 순간 성별 간 대립으로 변질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입장이 충돌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혼란이 고조되고 있다.

여러 목소리가 혼재돼 있는 상황일수록 서로의 처지를 대변하는 근거의 옳고 그름을 신중히 검토해야 하지만, 각 입장 간의 의견 대립은 점차 양극화되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해 다양한 가치가 홍수처럼 한 번에 유입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같은 입장을 가진 이용자들이 같은 정보를 지속해서 되풀이하여 확산하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효과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옳지 못한 가치임에도 힘을 입은 주장들이 사회 곳곳에 자리 잡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느 때보다 활발히 각 입장 간 의견을 교류해야 하는 때에 건전한 토론 대신 이념 대립과 혐오 조장이 만연한 시대가 되면서 후퇴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정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리 모두는 천부적으로 인간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해 그들의 존엄함 또한 인정해주는 것이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을 향한 예의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치는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상호 간 진정한 이해와 존중을 이룩할 수 있게 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또 정치인은 중구난방 떠다니는 여러 가치로부터 촉발된 혐오를 바로 잡고 정책적인 조치뿐 아니라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동성애 퀴어축제가 전혀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

이는 놀랍게도 작년 한 도지사가 문화제에서 발언한 연설 중 일부이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몰이해와 소수자 인권에 대한 몰상식이 합쳐진 발언이다.

정치 단체는 다수뿐 아니라 소수의 국민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처럼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되고 있는 시기라면 더욱이 그래야만 한다. 그러나 최근 정치 단체는 이와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야권 연합 비례대표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시민 사회의 대표적 인물인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후보로 선출했지만 더불어 민주당은 그를 3일 만에 후보 명단에서 제외했다.

한 정치분석학자는 임 소장의 동성애자 지지로 인한 종교계의 반발을 명단 제외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지만,아직까지도 한국 사회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 소수자들을 존중하지 않으며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소수자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의 결말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채 서로를 헐뜯는 혐오정치, 팬덤정치로 변모할 수밖에 없다.

4.10총선이 끝났다. 사회적 혼란을 역동성으로 바꾸는, 모든 가치의 혼재를 조화로 탈바꿈하는, 오로지 말로써 표방하는 것이 아닌 정책적 추진성을 가지는 색다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정당 소속에 앞서 국민의 대표임을 자각하고 잘못 지핀 편견이라는 불에 부채질하지 않아야 한다. 사안을 다각적으로 다룰 수 있는 담론의 장을 형성하여, 결코 혼란에 휩쓸리지 않을 22대 국회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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