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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기업이 정치의 동네북이 되는 날


총선 결과를 지켜본 국내 한 대기업의 기획 담당 임원은 "이제 기업들이 동네북이 될 차례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사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물과 기름 같은 상극으로 보이지만 지난 2년의 성적표를 뜯어보면 오히려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당장 윤 대통령은 거창한 개혁 과제를 줄줄이 내세웠지만 단 하나의 성과도 이루지 못했다. 이 대표 역시 압승이라고는 해도 175석을 확보해 지난 총선(180석)보다 의석이 줄었다. 이번 승리에도 어떤 성과가 있어서라기보다 정권 심판론이 더 크게 작용했다. 조국혁신당(12석)이 범야권이기는 하지만 조국 대표가 어떤 정치적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돌파구로 찾는 것은 우리 정치권의 불행한 전통이다. 정부는 낮은 성장률, 고물가, 재정적자와 같은 우울한 성적표를 기업들의 조(兆) 단위 투자 계획이나 고용 확대 등으로 덮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기업에 배당 확대 등을 의무화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제2의 엑스포를 기획해 기업 총수들을 또 한 번 글로벌 외판원 신세로 내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야당인 민주당은 기업 때리기로 선명성 투쟁에 나서자는 유혹 또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지난해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까지 올라갔던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대표적 무기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 삼성전자 지분(8.51%)의 대부분을 팔아야 한다.



이 대표는 대권 주자 신분이던 2021년 말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를 방문해 농담임을 전제로 “삼성이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면 어떤가”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는 웃고 넘기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조국혁신당은 엑스포 탈락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이미 공언한 상태다. 만약 현실화될 경우 국내 대기업 총수 전원이 핵심 참고인으로 국회에 불려올 수밖에 없다. 설령 기업을 직접 겨냥하지 않더라도 이 대표가 공약한 전 국민 25만 원 민생 지원금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국채를 찍어내 금리가 오를 경우 12년 만에 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LG전자 같은 기업들이 간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가혹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신 없이 진화하는 인공지능(AI), 전 세계가 참전한 반도체 대전, 올해 말 미국 대선까지 모든 것이 리스크 요인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고상한 협치까지는 몰라도 “기업은 괴롭히지 말자”는 신사협정만이라도 맺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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