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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칩 비하인드] 국내 대학 경쟁력 높이려면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최근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인 QS에서 전 세계 주요 대학들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도 해당 분야 순위가 세계 35위로 지난해 28위보다 7단계 떨어졌다.

QS 학문 분야의 평가 순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교수 숫자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QS 평가 기준은 ①학계 평판 ②졸업생 평판 ③논문 피인용지수 ④논문 H지수 ⑤국제 연구 협력이다. 교수가 많아지면 그중에 국제 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교수도 많아지게 되고, 그 결과 첫 번째 평가 기준인 학계 평판이 향상된다. 또 국제 협력을 많이 하는 교수도 증가하게 돼 다섯 번째 기준인 국제 연구 협력에 대한 평가도 향상될 수 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의 교수 수는 66명인데 경쟁 대학에 비해서 상당히 적은 편이다. QS 평가 기준으로 서울대보다 순위가 약간 높은 미국 주립대와 비교해보면 29위 퍼듀대의 교수 숫자는 128명이고, 25위 텍사스주립대는 84명, 24위 미시간대는 83명(강의 교수 포함)이다. 세계 30위권의 대학과 경쟁을 위해서는 20여 명 이상의 교수 증원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숫자는 10년 전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 서울대에서 교수 정원을 늘리기 어려운 것은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에 의해서 교수 숫자가 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부의 예산 증가 없이는 서울대 교수 증원도 어려운 현실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교수가 연구비를 학교에 내고 강의 시수를 줄이는 바이아웃 제도가 있다. 벤처기업에 참여하는 교수의 경우에도 주식 등을 대학에 기부해 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연구비나 기부금을 활용해 추가 교수를 채용함으로써 교육이나 연구 공백을 메울 수 있고 그 결과 교수의 숫자도 증가하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에는 책임 강의 시수가 정해져 있어서 모든 교수가 동일하게 강의를 해야 한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도 벤처기업을 창업한 교수가 상당수 있지만 이들 모두 동일한 책임 시수의 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설명했지만 우리나라 다른 대학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벤처기업을 운영하거나 혹은 연구 성과가 큰 교수들에게 강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면 그만큼 연구와 개발에 집중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연구비로 교수를 충원하고, 연구 과제가 적은 대신 강의를 잘하는 교수들은 연구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모든 교수들이 강의와 연구에 똑같은 부담을 갖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때 더욱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고 교육의 질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전자 분야 QS 평가의 30위 안에 미국 대학이 12개 포함돼 있다. 이러한 미국 대학의 경쟁력을 참고하면서 우리 대학 평가 순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유연한 교원 평가 및 연구비를 활용한 교수 증원 등의 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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