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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뒷돈 구태에 역풍…집토끼도 등돌린 日여당·벼랑끝 기시다

자민, 3곳 중의원 보궐선거서 야당에 완패

텃밭 1곳만 후보내 사활 불구 충격의 패배

파벌정치·비자금 스캔들에 정권 심판 반영

진상규명 뒷전, 징계서 '기시다 셀프 면책'

6월 중의원 해산·9월 당 총재選 스텝 꼬여

저조한 지지율·당내 구심점 흔들 사면초가

야당 내각불신임안 제출 검토등 공세 강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EPA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28일 치러진 3개 지역구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완패하며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뿌리 깊은 파벌 정치와 여기서 초래된 ‘뒷돈(정치자금 스캔들)’ 문제가 역풍이 된 가운데 오랜 시간 ‘자민 1강’ 체제를 지지해 온 ‘집토끼’들마저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자민당의 참패로 올 9월 당 총재 선거 재선을 노리며 이번 선거 결과를 동력으로 6월 중의원 해산까지 저울질하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역대 최저 지지율’에 ‘패장(敗將)’ 오명, 당내 주도권 혼란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

3곳 중 1곳에만 후보, 기시다 지원유세 불구
자민 텃밭서도 ‘등돌린 민심’ 더 뼈아픈 패배


29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도쿄 15구, 시마네 1구, 나가사키 3구 등 총 3곳의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모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이번 보선은 ‘기시다 정권의 향배’를 가를 중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번 선거 결과를 동력으로 당내 구심력을 확보해 9월 당 총재 선거까지 가져가는 것이 기시다 총리의 큰 그림이기 때문이다. 기대와 달리 자민당은 시작부터 삐걱였다. 자당 의원의 불미스러운 이슈로 공석이 된 도쿄 15구와 나가사키 3구 2곳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다. 호소다 히로유키 전 중의원 의장의 사망에 따른 공석 지역이자 자민당 텃밭인 시마네 1구에만 후보를 냈지만, 이곳에서도 의석을 얻지 못했다. 세 지역구 모두 자민당 의석이었던 만큼 이번 패배는 자민당은 물론, 기시다 정권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3곳 중 2곳은 역풍을 우려해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한 데다 기시다 총리가 두 차례나 지원 유세에 나섰던 지역에서도 패배를 받아들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은 도쿄 15구와 나가사키 3구의 경우 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싸우는 선택지를 스스로 버리고, 줄곧 의석을 지켜온 시마네 1구에만 후보를 냈다”며 “여기서 패배함으로써 암반 지지층의 자민당 이탈이라는 지각변동을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번 선거가 ‘악재(정치자금 스캔들)가 전제돼 있었다고 해도 당내에서는 공공연하게 총리를 비판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당사/자민당 홈페이지


파벌 정치자금 스캔들로 ‘불신’ 자초
용두사미 수사·기시다 징계 제외 비판↑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이 자초한 국민의 정치 불신이 정권 심판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방아쇠가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자민당 파벌의 정치자금 논란이다. 자민당은 주요 파벌을 중심으로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일명 ‘파티’를 개최해 왔으며, 이때 의원별로 모금 금액(파티권 판매)이 할당됐다. 문제는 할당량을 초과해 거둬들인 돈을 소속 의원들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록(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을 남기지 않았고, 이 돈이 비자금 조성에 쓰였다는 점이다. 이런 의혹에 일본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으나 파벌 간부급 의원을 불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며 ‘용두사미’에 그쳤다. 기시다 총리가 ‘당내 파벌 해산’을 내걸고, 주요 파벌이 이에 동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설명과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이후 파벌 주요 간부들에 대한 의견 청취에 나서 최대 파벌이자 뒷돈 규모가 가장 컸던 아베파 의원들을 대거 징계했다. 그러나 이 역시 기시다 총리 본인은 빠져 ‘셀프 면책’ 논란에 휩싸였고, 니카이파 수장인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은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해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징계와 별개로 구체적인 진상 규명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이 진행한 출구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 텃밭인 시마네현 1구 유권자의 77%가 “정치자금 스캔들을 (투표에)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파벌에 의존한 구태 정치와 사태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개선 의지 부족, 여기에 앞서 불거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 자민당 의원 간 유착 의혹 등이 뒤엉키며 ‘자민 1강’ 균열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도쿄지검 특별수사부가 지난해 12월 19일 자민당 파벌인 니카이파 사무소 압수수색을 위해 사무소가 입주한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EPA연합뉴스


자민당보다 더 사면초가…위기의 기시다
보선 완패후 물러난 스가·후쿠다 전 총리


당보다 더 벼랑 끝에 선 것은 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다. 당초 일본 정치권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보선에서 1석을 획득, 이를 계기로 당내 입지를 키워 6월 중의원 해산에 나서고, 선거 승리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에 선공하는 그림을 예상해 왔다. 그러나 이 전략의 첫 단추부터 ‘실패’로 끝나며 다음 스텝이 꼬이게 됐다. 당장 당내에서는 ‘기시다로는 싸울 수 없다’는 위기감이 높아졌고, ‘기시다 끌어내리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이전 정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민당의 보선 완패는 스가 요시히데 정권 때인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스가 전 총리는 당시 보선 후 이어진 요코하마시장 선거에서도 지원후보가 패배하면서 구심력을 잃었다. 그는 결국 같은 해 9월 총재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2008년 후쿠다 야스오 전 수상도 중의원 보선에서 야당에 져 같은 해 9월 퇴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7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EPA연합뉴스


6월 중의원 해산·9월 총재選 승리 전략 꼬여
6월 정액감세 실시·G7 외교성과로 반전 모색


기시다 총리가 궁지에 몰리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그의 중의원 해산 선언 연부에 집중되고 있다. 총리가 중의원 임기 만료 전 해산을 선언하며 다시 중의원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번 중의원 임기는 2025년 10월까지다. 총리 전권인 해산권은 야당과 당내 반대파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각·집권당의 지지율이 높아 ‘새 판을 짜도 승산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현재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0%대 초반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특히 보수 성향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중의원 선거 이후 정권 교체를 기대한다’는 응답이 과반(52.8%)일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중의원 해산은 국회 회기 중 이뤄지며 이번 국회 회기 종료가 6월 23일이다. 만일 이 기한 내에 중의원 해산이 없다면 자민당은 곧바로 9월 총재 선거 모드에 돌입하고, 당 주도권을 쥐기 위한 당내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막판까지 해산 카드를 쥐고 가면서도 한쪽으로는 중의원 해산 없이 바로 총재 선거로 향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닛케이는 오는 6월 총리 주도의 정액 감세 실시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반전의 기회가 될지 주목했다. 1인당 4만 엔의 정액 감세가 시작되는 6월에는 여름 보너스 지급도 있어 이 시기 임금 인상을 실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경우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의 강점이 ‘외교’라는 점에서 G7 서밋에서 실적이 나온다면 이 역시 순풍이 될 수 있다. 앞서 이달 10일 미일정상회담 직후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소폭 반등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AFP연합뉴


기시다 끌어내리기 가능성 제기 속
“포스트 기시다 없다” 지적도 나와


다만, 일각에서는 ‘자민당 내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민당은 2012년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뒤 줄곧 ‘1강’을 유지해 주요 국정 선거에서 우위를 보여 왔다. ‘총리 교체’라는 위기 상황을 경험한 의원들이 당내에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총리를 바꾸려 해도 ‘잠룡’은 많지만, ‘이 사람이다’라고 할 만한 독보적인 ‘포스트 기시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은) 정치 투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전제조건이 상실돼 있다”고 진단했다. ‘기시다는 운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보선 승리로 기세가 오른 입헌민주당은 정기 국회 회기가 끝나는 6월 말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즈미 겐타 입민당 대표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국회에서 정치 개혁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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