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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세사기 구제,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2008년 리먼 사태 직후 우리나라에서는 집값 하락으로 인한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됐다. 당시 정부가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시장 논리에 부응하는 부동산 정책을 펼쳤고 때마침 거시경제의 전환에 힘입어 하락한 집값이 상승하면서 깡통전세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세월이 흘러 2022년 말부터 다시 ‘전세사기’와 ‘전세 피해’가 사회적 재난으로 회자될 만큼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재앙 수준의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임차인의 피해가 너무나 크고 고통스럽다 보니 정부의 대책은 피해자의 눈높이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이에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는 고통 분담을 위해 야당이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본회의에 부의 직전이다.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포함돼 처리될 수도 있어 보인다.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으로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전세사기와 전세 피해를 구분하는 것이다. 임대인이 나쁜 의도를 갖고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편취하는 형사상의 범죄인 ‘전세사기’와 나쁜 의도가 아닌 집값 하락 등 시장 상황의 변화로 인한 ‘전세 피해’는 원인이 다르므로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 전세 사기라는 예외적 상황에 대해서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려는 특별법의 취지는 존중하지만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등의 전세 피해에 대한 구제는 형평성과 시장 논리에 반하는 것으로 정부의 개입은 제한돼야 한다.



특별법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를 비롯한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을 우선 구제해주고 추후 경·공매 등에서 회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혹자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가 피해자의 보증금을 선구제하더라도 이를 회수할 능력이 충분히 있고 회수하지 못해 실제로 재정을 투입하게 되더라도 그 규모는 수천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매입해야 하는 임차 보증금 반환 채권의 대부분은 부실채권으로 회수 가능성은 매우 낮다. HUG의 지난해 순손실이 약 4조 원이고 대위변제 회수율도 15% 정도인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순손실을 수천억 원 정도로 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여기에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은 2021년 49조 원에서 올해 현재 13조 9000억 원까지 급감했다. 기금을 활용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다른 유형의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국가가 어느 범위까지 이러한 피해를 지원해야 하는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와 관련해서 피해자 외의 국민들이 어디까지 부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특별법 개정안을 기한에 쫓겨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기보다는 22대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국민이 부담 가능한 수준이 얼마인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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