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농사를 못 지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대도시에서도 산이나 자투리땅·옥상 등에서 얼마든지 농업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특히 힐링에 좋습니다.”
조상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업은 식량 생산뿐 아니라 대기 정화, 홍수 방지와 같은 환경 보존과 경관의 가치, 전통문화 계승, 사회적 경제 효과 등 대체 불가의 다원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서울의 농업 현황을 보면 강동·송파구에서는 채소, 강서·구로구에서는 쌀, 강남·서초구에서는 화훼, 도봉·노원·중랑구에서는 배 등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1957년 설립된 서울시 산하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도시에 맞는 농업기술 지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관이다. 농업이 지속 가능한 도시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고려대 자연자원대학원을 졸업한 조 소장은 1996년부터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했으며 2018년 8월 소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센터는 도시민들의 심리적 안정 지원을 위해 ‘치유 농업’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치유 농업은 작물을 정성스럽게 돌보고 해당 작물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심신의 안정을 얻도록 하는 농업 활동으로 농사를 직업으로 하면서 경제적 소득을 올리는 일반적인 농업 형태와는 다르다.
조 소장은 “도시인, 특히 남성들의 로망 중 하나가 방송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 ‘콩콩팥팥’으로 대변되는 자연 속 삶의 회귀”라며 “치유 농업은 자연 속에서 지친 심신을 치료하는 유용한 도구”라고 말했다. 이어 “치유 농업의 효과를 보면 신체적 부분에서는 농업 활동을 통해 손 기능 향상, 혈압·심박변이도 등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심적 부분에서는 스트레스·우울감 감소, 긍정적 정서 및 자신감 함양 등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는 서울 시민들의 치유 농업 지원을 위해 치유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쳤다고 느끼는 남녀노소 누구나 치유 농업에 참여할 수 있다.
센터가 치유 농업과 함께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도시 농업이다. 도시 농업은 도시민이 농업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 작물 재배에 대한 학습·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도시 근교나 도심 단독주택, 건물 옥상, 학교 텃밭,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작물을 키우는 게 도시 농업에 해당한다. 도시 농업 참여자 가운데 일부는 규모를 키워 경제적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그는 “도시 농업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생활하기를 원하는 근원적인 욕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것”이라며 “최근에는 서울 시내 산이나 유휴지에서 양봉, 버섯 재배 등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도시 농업인들도 많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도시 농업에 참여하는 시민은 66만 8000여 명으로 서울시 전체 인구의 7%가량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은퇴 후 귀농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귀농 실패 사례가 적지 않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조 소장은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농업기술과 농업 경영에 대한 공부 못지않게 농촌 문화를 이해하는 자세가 우선”이라며 “귀농자 상당수가 익숙하지 않은 농촌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주민들과 오해·갈등으로 힘들어하고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또 “농촌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 현안을 해결해 나가면서 공동체 의식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이게 도시 생활과는 전혀 다른 문화”라면서 “이에 사전에 자신이 귀농에 적합한지 점검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센터에서는 예비 농업인 창업 교육, 전원생활 교육 등 귀농 관련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소장은 미래 유망 산업으로 인공지능(AI)·2차전지 등이 각광받고 있지만 농업 역시 그 범주에 포함된다고 내다봤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은 앞으로 이슈가 될 식량안보를 책임질 생명 산업이라는 것이다.
“세계적 투자자이자 미래학자인 짐 로저스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농업 국가가 앞으로 세계를 이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많은 선진국들도 농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앞으로 서울 농업을 AI·정보통신 등 과학기술과 접목해 성장시키는 한편 농업 자원을 활용해 시민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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