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툭하면 ‘탄핵’을 언급하면서 여권을 겁박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라디오방송에서 “2016년에는 야권 4당을 합쳐 170석밖에 없었지만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을 할 때는 234표나 찬성이 나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이어 10일에는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 범야권 원내대표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 등에 대한 협력을 다졌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검찰 장시호 회유 의혹 녹취 보도’와 관련해 “(검사를) 탄핵하고 형사처벌을 해야 할 중범죄”라고 엄포를 놓았다.
거대 야당이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흔드는 행태다. 대통령 탄핵소추의 필요 의석수는 200석으로 범야권 192석을 앞세운 탄핵 겁박은 과도한 힘자랑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총선 압승 이후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민주당의 압박은 도를 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8개 법안을 개원 후 패키지로 발의하겠다고 했다. 새 국회가 열리기도 전에 조국혁신당과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기 위한 공조도 선언했다. 심지어 ‘대북 송금 의혹’ 등 야권과 관련된 여러 검찰 수사에 대한 특검 추진 등으로 사법부까지 압박하고 있다.
국민이 4·10 총선에서 민주당에 과반 의석은 허용하되 탄핵·개헌 의석을 주지 않은 것은 여야가 협치하고 정치를 복원하라는 명령이다. 더구나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67석을 더 얻었지만 양당의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정략적 이익만 추구하며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면 정국 혼란은 더 극심해지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 결국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가뜩이나 경제 저성장의 장기화로 나라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는데 정치마저 혼란에 빠진다면 연금·노동·교육·규제 등 구조 개혁은 좌초하고 중대한 경제·재정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거대 야당이 총선 압승에 취해 ‘협치하라’는 총선 민의를 끝내 거역한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국민이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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