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력만을 찾는 테크업계 현실에 엔지니어들이 ‘AI 이력서 꾸미기’에 매진하고 있다. 오래된 AI 관련 이력을 꺼내드는 것은 물론 AI 학습 과정을 이수하는 등 AI 접점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몸값이 치솟았던 개발자들이 AI 관련 능력 없이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든 기업이 AI 기업이 되려고 하고, 직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력서에 AI를 추가하고 있다”며 생성형 AI 열풍으로 IT 부문 노동시장에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인력 재편이 이뤄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최근 테크 업계에서는 대량해고가 이어지는 한편으로 AI 인력에 대한 채용도 진행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AI 인력에 쏟아붓는 것이다. 미 컴퓨터기술산업협회(CompTIA)에 따르면 2019년 월 평균 30만8000건이던 미국 내 기술관련 채용공고는 올 4월 월 18만 건으로 급감했다. 반면 과거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던 기술채용 중 AI·머신러닝 관련 직무 비중은 올 4월 11.5%를 기록하며 상승세다.
구직자들은 AI 관련 이력을 한 줄이라도 추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링크드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링크드인 가입자 중 프로필에 코파일럿·챗GPT 등 생성형 AI 기술을 추가한 회원은 1년 전 대비 142배 늘었다. AI 채용 공고에 대한 지원율 또한 타 직무보다 17% 높았다.
과거 AI를 다뤄본 경험이 있더라도 구직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수 년 전 경험은 도움이 되지 않는 탓이다. 올 3월 아마존에서 해고된 31세 엔지니어 애시프 다나니는 "2016년 마지막으로 다뤘던 거대언어모델(LLM)까지 언급하며 AI에 맞춘 이력서를 만들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며 "6800달러를 들여 2주짜리 온라인 AI 부트캠프(훈련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나니가 등록한 부트캠프의 공동 창립자 토니 필립스는 “기술직 종사자들이 역량 강화 필요성에 대해 느끼는 긴박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당신의 직업이 당장 AI에 대체될 가능성은 적을지라도 AI를 아는 사람에게 대체될 가능성은 높다”고 지적했다.
WSJ은 "테크 인력 시장이 최상위 AI 인재에 대한 수요는 넘치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 불균형 상태"라며 "그간 해고된 인력은 물론 남아있는 직원들까지 AI 강좌를 수강하고 관련 유행어를 이력서에 추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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