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0.7명대를 기록했다. 저출생 기조에도 2만 명은 꾸준히 웃돌았던 3월 출생아 수도 1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일반적으로 1분기에 출산이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합계출산율 0.6명대가 확실시된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4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0.06명 감소한 수치다. 1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이 0.8명을 밑돈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5년 전인 2019년 1분기(1.02명)와 비교하면 0.26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지역별로 놓고 봐도 합계출산율이 1을 넘은 곳은 전남(1.05명)과 세종(1.1명)을 빼면 없었다. 특히 서울은 전년보다 0.04명 감소한 0.59명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을 보였다.
1분기는 전통적으로 출생아 수가 많은 시기로 꼽힌다. 학계에서 정확한 원인을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당시 자녀 발육 상태가 다른 아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원하지 않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분기별 합계출산율을 봐도 1분기(0.82명)만 0.8명을 웃돌아 지난해 2·3분기(0.71명), 4분기(0.65명)와 비교해도 격차가 컸다. 그럼에도 올 1분기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7명대로 떨어진 것은 저출생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1분기 합계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도 0.6명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0.68명(중위 시나리오 기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기만 놓고 보면 추계값보다는 합계출산율이 낮게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출생아 수만 놓고 봐도 저출생 실태는 쇼크 수준이다. 올해 3월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7.3% 감소한 1만 966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3월 기준으로 출생아 수 2만 명 선이 깨진 것도 처음이다. 1분기 출생아 수도 전년보다 6.2% 줄어든 6만 474명으로 나타나 같은 기간만 놓고 봤을 때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추세가 반전되지 않는다면 월 출생아 수가 1만 명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출생아 수가 연간 역대 최저치를 찍었던 지난해에도 1~3월에는 월 출생아 수가 2만 명을 넘었다. 올 들어서는 1월(2만 1442명)을 제외하면 출생아 수가 모두 1만 명대에 그쳤다. 월간 출생아 수는 2022년 9월에 전년 대비 0.1% 증가했던 것을 빼면 2015년 12월 이후 계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저출생이 장기화하면서 고령화 흐름을 되돌리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7.4%에서 2072년 47.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0~14세 유소년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5%에서 6.6%로 반 토막이 난다.
저출생·고령화 지속으로 인구 자연 감소는 이미 2019년 11월 이후 53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3월에도 사망자 수가 전년보다 7.6% 증가한 3만 1160명을 나타내면서 출생아 수(1만 9669명)를 1만 1491명 웃돌았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인구 자연 감소분이 1만 명을 웃돌고 있어 인구 감소세에 가속이 붙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에서는 2022년 하반기부터 혼인 건수가 회복 추세를 보여왔다는 점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에서 첫째 출산까지는 2년 반 정도의 시차가 있다”며 “혼인 건수가 늘기 시작한 지 2년 뒤가 되는 시기인 올 하반기부터는 출생 관련 통계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도 “합계출산율이 감소세인 것은 맞지만 감소세 자체에 불안정한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혼인 건수도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0.4% 증가한 5만 4155건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8.9%의 증가율을 보였던 지난해 1~3월과 비교했을 때 소폭 늘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저출생 추세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책임연구원은 “단발적 지원으로 출산율을 단기적으로 끌어올리려는 대신 안정감 있게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신뢰를 제공해야 한다”며 “교육개혁이나 부동산 안정화 등 각종 정책도 저출생 극복의 관점에서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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