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이은 ‘오물 풍선’ 도발에 대응해 우리 측이 대북 확성기 재개에 나서자 접경 지역 거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남북 긴장이 고조됨으로써 확성기 소음 피해와 함께 관광 중단은 물론 야외 활동까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이날 오전까지 330여 개를 살포한 데 이어 밤에도 오물 풍선을 추가 살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28~29일, 이달 1~2일에 1000여 개의 오물 풍선이 발견됐고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330여 개의 풍선이 식별됐다. 오후 기준 서울 58건, 경기 북부 37건 등 주로 수도권 일대에서 다수의 풍선 신고가 접수됐다. 발견된 장소도 제각각이었다. 인천 중구 연안부두 앞바다와 서울 잠실대교 인근 한강에서도 오물 풍선이 관측됐다. 야간 중 추가로 부양된 풍선까지 더하면 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합참 관계자는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물질은 없었다”면서도 “우리 군은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오물 풍선이 다시 살포 되면서 서울시와 경기도 등도 대응팀 가동에 들어갔다.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북한의 4차 오물 풍선 살포 등의 대결 국면이 이어지면서 접경지 주민 사이에서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4.5㎞ 떨어진 곳에 위치한 ‘통일촌’의 이장 이완배 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북 방송이 이어지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수준의 소음이 계속될 것”이라며 “상황이 악화되면 안보 관광도 중단되고 농사 지으러 벌판에도 나가지 못하게 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임진각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윤 모 씨는 “과거 탈북자 단체가 임진각에서 대남 전단을 살포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높아져 관광객들이 줄면서 생계까지 어려워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접경지는 아니지만 가까운 경기도 주민들의 걱정도 크다. 고양시에 사는 박 모 씨도 “한밤중에 오물 풍선 주의 문자가 오고 집 근처 개천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걱정됐는데 대북 확성기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파주에 거주하는 손 모 씨 역시 “차로 30분도 안 되는 거리에 북한이 있기에 남북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불안감이 생긴다”면서 “파주에서 살면서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움찔하고는 하는데 정부가 강 대 강 대치보다는 평화를 지키는 방법을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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