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으나 식료품과 의류 같은 필수 소비자가격이 주요국 대비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더 봐야 하며 한은이 독립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지나치게 빠른 금리 인하 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하면서도 통화정책만으로 물가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관련 기사 2면
이 총재는 18일 열린 ‘물가 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는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높은 생활비 수준이 국민들이 (물가 상승률 둔화를)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라며 “어떤 구조 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의식주(의류·신발·식료품·월세)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5% 높았다. 돼지고기와 감자, 티셔츠, 남자 정장 등의 물가는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 농산물 수입확대와 유통망 개선 같은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한은의 주문이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최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둔화를 감안할 때 5월 전망과 부합하는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목표 물가대로 수렴해나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수 측면의 물가 압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전기·도시가스요금 인상, 유류세 인하 조치 환원 가능성이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여러 분들이 금리에 대해 얘기한 것은 듣고 있지만 우리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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