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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서 성지순례하다…'지옥더위'에 1000여명 사망

사망자 대부분이 허가 안받은 미등록 순례자

이집트, 불법 주선한 여행사 16곳 면허 박탈

사진=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성지순례(하지) 기간 10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이집트는 자국민들의 불법 순례를 도운 여행사 16곳의 면허를 취소했다.

AP통신은 23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관리들을 인용해 성지 메카를 찾은 순례객 가운데 1000여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망자의 상당수는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미등록 순례자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가별 할당제를 통해 매년 참가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하지는 무슬림이 일생에 반드시 한번은 행해야 할 5대 의무로 꼽혀 매년 허가를 받지 않고서 관광비자를 통해 순례를 시도하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하지에서 사망한 미등록 순례객 중 절반 이상인 630여 명은 이집트 국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적 순례객 165명, 인도 순례객 98명, 요르단·튀니지·모로코·말레이시아 순례객 수십 명 역시 사망했다. 미국 국적 순례객 2명 역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집트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하지 여행을 불법적으로 주선한 여행사 16곳의 면허를 박탈한다”며 “불법 여행 알선 혐의를 받는 관리자들에 대한 검찰 조사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올해 하지 기간에는 대낮 온도가 52도까지 올라가는 등 불타는 듯한 폭염으로 인해 피해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 순례자들이 에어컨이 설치된 공간에서도 숨 막히는 열기를 느낀 상황에서 미등록 순례자들은 냉방 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위에 그대로 노출됐다. 메카에서 사망한 이들은 고국으로 송환되기보다 현지에서 장례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대부분은 메카의 알-무아이셈 이근 비상 영안실에 안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하지에는 매년 대형 재난이 발생해왔다. 가장 최근인 2015년에는 순례 행사 중 하나인 ‘악마에게 돌 던지기’ 의식 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2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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