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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의정갈등에 국립대·사립대 수련병원 74.5% ‘비상경영’”

인력운영 효율화 및 인건비 절감 집중

"PA간호사 업무 확대로 의료사고도"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의대정원 증원에서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4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의료기관 상당수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는 등 파행 운영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공의들의 수련병원인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총 47곳 중 74.5%가 비상경영에 들어갔으며 이로 인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중단하거나 월 200억원 넘는 차입을 하는 곳도 있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22일까지 의료기관 113곳을 대상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총 52곳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고 24일 밝혔다. 전공의 수련병원인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중에서는 35곳이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병원들은 비상경영에 들어가며 병상 운영 효율화, 인력 운영 효율화, 비용 절감 등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병상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일반병동 통폐합·축소, 중환자실 병상 축소 운영, 수술실·회복실 통폐합 운영, 진료과 축소 운영, 병상수 조정, 긴급치료병상 확충계획 보류 등을 시행했다. 인력 운영 효율화 방안으로는 인력 동결과 한시적 정원 감축, 정규직 신규직원 채용 중단·발령 유예, 무급 휴가제, 진료지원인력(PA) 확대 등이 이뤄졌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시설투자 지연·중단, 장비구입 최소화, 신규사업 축소·연기, 연차휴가 사용 확대, 시간외근무 제한·통제,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휴가제 시행, 근무 시간 단축, 야간근로·당직 근무 축소 등이 시행됐다.

보건의료노조는 “건강보험 청구 주기를 단축하거나 월 200억원 넘는 차입을 하는 곳도 있었고, 계약 시기와 구매 일자를 조정하거나 재료비와 약품, 공사 대금 연기도 있었다”며 “대형병원들은 신규 간호사 채용을 중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전문인력이 보호자나 간병인 대신 입원 환자의 식사와 세면, 활동 보조 등 간호 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폐쇄·축소 운영하는 곳은 24곳이었다.

대형병원들이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PA간호사를 활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훈련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의료노조는 “실태조사에 참여한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47곳 중 43곳(91.5%)이 PA간호사를 늘렸고, 14곳(29.8%)은 증가한 업무에 대해 교육·훈련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PA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의료기관은 1곳이었고, 근접오류(아차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의료기관도 8곳이었다. 노조는 “의사 업무를 PA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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