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의 대책 회의 이후 주춤하는 듯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론이 불과 하루 만에 재점화됐다. 이대로 가면 공화당이 11월 대선은 물론 동시에 치러지는 상·하원 의원 선거까지 싹쓸이할 수 있다는 공포가 민주당을 뒤덮은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10일 MSNBC 방송에 출연해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그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85세로 바이든 대통령보다 네 살 많은 펠로시 전 의장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에 단호히 선을 그으며 우군 역할을 해왔지만 이날 처음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같은 날 민주당 상원의원 중에서도 처음으로 피터 웰치 버몬트주 상원의원이 바이든의 하차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대선 후보 TV 토론 이후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공개 요구한 의원은 상·하원을 합쳐 9명으로 늘어났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인터뷰 후 몇 시간 만에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사퇴론에 기름을 부었다. 클루니는 지난달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 모금 행사를 주최해 민주당 역대 대선 캠페인 중 최대 규모인 2800만 달러(약 388억 원)를 모금하는 것을 도왔다.
그는 “3주 전 모금 행사에 함께했던 바이든은 2010년의 모습도 2020년의 모습도 아니었다”며 “우리는 이런 모습의 대통령으로 11월(대선)에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하원도 이기지 못하고 상원도 뺏길 것”이라며 “척 슈머, 하킴 제프리스, 펠로시 등 민주당 최고 지도부와 11월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 있는 상·하원 의원 및 기타 후보들은 대통령에게 자발적으로 물러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이 이날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은 58%로 집계됐다. 특히 동시에 치러지는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확률은 각각 82%와 64%에 달했다. 특히 주요 경합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완주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1일 단독 기자회견을 연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전 각본 없이 기자회견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고령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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