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이틀 연속 고용시장의 둔화 가능성을 강조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분위기를 다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통화정책의 기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의장은 10일(현지 시간)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위해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에 대해 아직 할 일이 남았지만 동시에 고용시장이 상당히 둔화됐다는 데 매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투사(inflation fighter)’로서 고금리 강경책을 고수할 때는 지났다는 의미로 읽힌다. 파월 의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는 인플레이션만 타깃으로 하는 중앙은행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고용 관련 의무도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는 진전 추세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다”며 “다만 2% 목표까지 계속해서 내려갈 것이라고 충분히 자신한다고는 아직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금리 인하를 위해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연준이 정책 기준으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5월 전년 대비 2.6%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외신과 월가에서는 무엇보다 파월 의장이 노동시장을 걱정하기 시작한 점이 금리 인하의 토대를 마련하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다. 연준이 고용 붕괴를 걱정한다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다소 느리더라도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을 오래 관찰해온 이들에게는 파월 의장의 최근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며 “이는 금리를 인하하기 위한 기준이 몇 달 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11일 미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의 3.3%보다 낮아진 것이며 블룸버그 예상치(3.1%)를 밑도는 수치이자 올 1월 이후 가장 작은 상승 폭이다. CPI 상승률이 3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연준의 정책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1996~2002년 연준 이사를 지낸 로런스 마이어는 “(통화정책의) 조류가 바뀌었다”며 “파월의 발언은 인플레이션은 정상 궤도로 되돌아온 반면 고용시장은 원치 않는 냉각 직전에 있다는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전까지(6~8월) 석 달 치의 물가지표가 발표되고 이를 통해 연준은 금리 인하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이날 한 행사에서 “경제에 대한 개인적인 기본 전망은 실업률이 지금보다 아주 많이는 오르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까지 계속 진전하는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소프트랜딩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와 함께 “현재 실업률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실업률이 일정한 수준으로 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만약 악화된다면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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