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의해 상장폐지된 주식 수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밸류업 추진과 맞물려 상장사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라 시장에서는 상폐 급증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6월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된 주식 수는 스팩 소멸 합병, 자회사 편입, 자진 상폐 등을 제외하고 총 4건을 기록했다. 올해 1~3월 상폐 종목 수가 각 1건, 4~5월 2건이었음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의해 상폐된 경우가 4건 중 3건으로 크게 늘었다. 실질심사를 통한 상폐가 월 3건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1년간 실질심사를 통한 상폐 사례를 보면 지난해 7월과 12월 코스닥 시장에서 각 1건(멜파스·엘아이에스), 올해 1월과 2월 코스닥에서 각 1건(디에스앤엘·크루셜텍)이 전부였다. 지난달에는 비디아이, 더미동(THE MIDONG), 파나케이아가 실질심사를 통해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거래소는 형식적 요건에 의한 상폐, 실질심사에 의한 상폐 두 가지 방식으로 이른바 ‘좀비기업’을 퇴출하고 있다.
형식적 상폐는 감사의견 거절, 완전자본잠식 등 사유가 발생하는 즉시 거래를 정지하고 기업에 상폐 기준 해당 사실을 통보한다. 실질심사에 의한 상폐는 기업이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2년 연속 매출액 50억 원(코스닥은 30억 원) 미만’ 등에 해당하는 경우 거래소가 심사 대상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린 뒤 기업심사위원회의 및 시장위원회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의 신청, 개선 기간 등이 부여된다.
거래소는 앞서 2022년 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형식적 상폐 요건을 줄이고 실질심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가 올 3월 부실한 좀비기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금융위원회는 실질심사 절차와 기간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심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여 동안 거래정지 상태에서 방치되며 주가조작 세력이나 기업사냥꾼에게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거래소 측은 다만 “상폐 사례가 급증한 것은 우연일 뿐”이라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객관적으로 상폐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거래소는 올 하반기 중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할 수 있도록 절차 단축을 포함해 상폐 규정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관련 규정이 바뀌지 않아 상폐 관련 내부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연구용역·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공정하고 객관적인 상폐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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