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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창업도 '갈곳 없는 20대'…"일자리 미스매치 해소해야"

■청년 10명중 1명, 첫 취업까지 3년

대학졸업 소요 기간도 역대 최장

취업자 절반은 일자리-전공 무관

"첫 직장이 시간제" 24%로 최대

지난해 20대 이하 창업자 17만명

9.4만명은 문닫아 폐업비중 55%





2년 전 서울 도심에 퓨전 한식당을 창업한 29세 이 모 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소비가 줄면서 최근 몇 달간 적자를 본 데다 내년부터 시간당 1만 원대로 늘어날 인건비도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 씨는 “대학 졸업 이후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1년 만에 관두고 창업을 했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할지, 폐업 후 지역이나 업종을 바꿔 재창업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하고 싶은 게 없고 미래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한숨지었다.

16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와 국세청의 폐업 현황을 함께 살펴보면 청년층의 취업 환경과 창업 환경은 동시에 나빠지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뒤 처음 임금 근로직을 갖기까지 걸린 기간이 3년 이상이라고 답한 청년 비중이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데 이어 청년 폐업자도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20대 이하 청년은 총 9만 4155명으로 전년 대비 13.1% 급증했다. 전체 폐업자의 9.6%로, 지난 한 해 동안 폐업을 신고한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20대 이하 청년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20대 이하 창업자 수가 16만 9952명이었음을 고려하면 한 해 청년 창업자 대비 폐업자 비중은 55%에 달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와중에 정부 지원금은 대개 서류만 잘 준비돼도 받을 수 있어 서비스 업체의 도움을 받아 서류를 작성하고 지원금을 받은 뒤 지원금이 다 떨어지면 수익이 안 나 문을 닫는 식의 창·폐업이 반복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창업뿐만 아니라 학교를 졸업한 뒤 첫 직장을 갖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1개월을 넘기는 등 청년 취업 시장도 어렵다는 점이다. 취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를 망설이는 청년들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 기간은 3년제 이하 대학을 포함해 총 4년 3.8개월로, 전년보다 0.5개월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대학 등을 졸업한 뒤 처음 얻은 일자리가 아르바이트(시간제)가 아닌 전일제 근로직이었던 청년은 전체 청년 임금 근로자의 76.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5년만 해도 청년들의 첫 일자리에서 전일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85.5%였는데 10년 만에 이 비중이 9.5%포인트 급감한 것이다.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첫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리는 기간은 역대 최고치로 늘어난 반면 첫 일자리의 형태는 전일제가 아르바이트직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모습이다. 취업 경험자 중 최근 일자리와 전공 간 관련성이 불일치하거나 매우 불일치한다고 답한 비중도 지난해 49.4%에서 올해 50.2%로 증가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청년 대다수는 대학 졸업자로, 그에 맞는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수요가 있는데 수요에 반해 대기업·공공기관 등 양질의 일자리는 잘 공급되지 못하는 경제구조”라며 “인력 수요·공급 간 미스 매치 구조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하다 보니 청년들은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구해야 계속해서 좋은 경로로 갈 수 있는 환경”이라며 “노동시장의 단절적인 구조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 청년 직업 훈련, 소득 지원 예산 등이 대폭 줄었는데 정작 별다른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청년 정책에 대한 어젠다 자체가 사라진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일반 기업체 취직을 준비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공무원 준비생 비중을 넘어서는 모습도 관측됐다. 5월 기준 15~29세 취업 시험 준비자는 비경제활동 인구의 13.9%인 56만 5000명으로, 이 중 일반 기업체 취업을 준비한다고 답한 비중은 29.7%로 가장 높았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일반직 공무원 준비(23.2%)를 넘어선 것으로, 일반직 공무원 준비 비율은 1년 전보다 6.1%포인트 낮아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력직 중심으로 기업 채용 관행이 변화하면서 청년층의 취업 준비 기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민간 부문 일자리 취업을 준비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도 관찰된다”며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학교 졸업 이후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취약 청년에 선제적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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