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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미 무역흑자 최대, 시장 다변화로 ‘트럼프 리스크’ 대비하라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호황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11월 대선을 앞두고 한층 강화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 흑자는 287억 달러로 전년 대비 55.1%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대미 무역 흑자는 5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의 호조와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되살아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무역 압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요 교역국들을 ‘약탈자’로 규정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는 18일 후보 선출 수락 연설에서 “다른 나라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나라를 약탈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 보복을 공언했다.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예고는 우리 수출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 중 7위로 급부상해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맹국을 겨냥해서도 ‘무임승차는 없다’는 트럼피즘의 공세가 우리에게도 현실화할 수 있다.

미국 대선 결과를 속단할 수 없지만 ‘트럼프 리스크’ 대비에 소홀하면 안 된다. 우선 초격차 기술 개발을 토대로 수출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여전히 38%에 달하는 만큼 아세안·유럽·인도·중동·아프리카 등으로 경제 영토를 확대해가야 한다. 반도체, 자동차뿐 아니라 첨단 전자기기, 원전, 방산 등 비교우위 품목을 앞세워 수출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미국 정부에 한국의 대미 흑자 특수성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정교한 설득 논리도 갖춰야 한다.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가 일자리 창출에 유익하다는 점과 첨단 분야의 한미 협력이 중국 견제에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 양국이 혈맹의 상호 신뢰 기반 위에서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경제·안보·기술 동맹으로 격상할 수 있도록 대미 외교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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