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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견제 없는 시스템이 초래한 FTX 파산

■고잉 인피니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중앙북스 펴냄

뱅크먼 프리드 1년 넘게 밀착취재

몸값 55조였던 FTX흥망성쇠 다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비트코인을 위시로 한 가상자산은 개미들의 희망이었다. 2020년부터 시작된 가상자산 가치의 상승은 2년 가까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2022년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그해 5월 루나 사태가 터지며 시장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비트코인·이더리움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가치가 급락했다. 연말이 가까워지자 시장은 어느 정도 회복세를 찾는 듯 했으나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 사기 사건이 터지는데, 그것이 바로 FTX 파산 사태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


FTX는 바이낸스·코인베이스의 뒤를 잇는 세계 3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였다. 기업가치는 40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로 평가받기까지 했다. FTX를 이끌던 것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를 졸업한 1992년생 천재 샘 뱅크먼-프리드였다.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225억 달러로 추정해 세계 부자 순위 60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신간 ‘고잉 인피니트(원제 Going Infinite)’는 앞서 ‘머니볼’ ‘빅 쇼트’를 집필하며 논픽션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샘 뱅크먼-프리드 취재 기록이다. 저자는 1년 넘는 기간 동안 그를 밀착 취재하며 어떻게 그가 스타덤에 오르고, 또 한순간에 추락했는지를 사견 없이 보여준다.

연합뉴스




FTX 붕괴의 원인은 결국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의 부재였다. 거칠게 말하자면 FTX가 이룩한 부는 폰지 사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FTX 자산의 상당수는 FTX 자체 토큰인 FTT 등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자금의 유동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FTT의 가치는 초기 매집과 가치 상승, 매도한 현금을 통해 다시 매수하는 과정을 통해 크게 부풀려쳐 왔다. 사실상 실체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폭로에 패닉셀이 일어났고 자금이 마르자 결국 FTX는 파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수많은 투자자들이 큰 자금 손실을 입었는 데 비트코인 등 타 가상자산의 가치도 함께 폭락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올해 초 법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25년과 110억 달러의 재산 몰수형을 선고받았다. 고객 자금을 빼돌려 자사의 부채를 갚고 FTX 법인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호화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 그리고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정치인에게 후원금으로 제공한 혐의다. 그는 즉각 항소했지만 평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AFP연합뉴스


저자는 “일어난 많은 일은 일반적인 견제와 균형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벌어졌다”며 “성숙한 감독이나 일반적 규정에 크게 제한을 받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한다. FTX는 제대로 된 이사회 하나 없이 굴러갔다.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큐텐발 정산 지연 사태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나마 바젤 협약 등으로 보호되고 있는 은행 등의 자본건전성과 달리 타 업계는 그러한 규제가 없다.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가 먼저 터졌음에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변한 건 없다. 부족한 유동성을 채우기 위한 돌려막기가 또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최소한의 시스템과 윤리를 갖춘 경영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자문해봐야 할 시점이다. 2만 5000원.

비트코인 가격을 표시하는 서울 강남구 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안내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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