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정쟁을 계속해온 여야가 22대 국회 개원 70일 만에야 민생·경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첫 회동을 갖고 여야 간 견해차가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책위의장은 여야의 공통분모 정책·법안으로 취약계층 전기요금 감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간호법 제정안 등을 거론했다. 22대 국회는 두 달여 동안 1200억 원가량의 예산을 쓰고도 민생 관련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아 ‘생산성 제로 국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확산되자 여야가 ‘쳇바퀴 정쟁’ 탈피를 위한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채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여당의 토론회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6일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7일 여야 영수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회 차원의 정치 복원이 먼저”라고 밝혔고 국민의힘도 우선 여야정 민생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와 중동 확전 위기 등이 겹친 지금은 여야가 대화 채널 형식을 놓고 논쟁할 때가 아니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다. ‘먹사니즘(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외치는 민주당이 진정 민생을 위한다면 탄핵 폭주와 포퓰리즘 입법 강행을 멈추고 K칩스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여당도 세제 개편, 규제 혁파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과 법안을 내놓고 야당과 국민들을 설득해가야 한다. 여야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된 뒤 조속히 여야정 협의체를 출범시켜 연금·노동 등 구조 개혁 논의에 본격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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