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의 중추로 꼽혔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검사 장대규)는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홍은택 카카오 전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고가매수·물량소진·종가관여 주문 등 방식으로 SM엔터 주식을 시세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이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SM엔터를 인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결론내렸다.
수사 결과 검찰은 카카오가 경영 어려움에 직면한 계열사 카카오엔터의 경영상황·재무구조 개선과 상장을 위해 SM엔터를 인수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카카오엔터 자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하이브가 SM엔터를 인수할 시 엔터업계 67.5%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돼 업계 4위였던 카카오엔터는 시장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카카오가 대항 공개매수나 5%이상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 준수 등 적법한 방법이 아닌 SM엔터 주식을 대량 장내매집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카카오는 당시 법원에 인수 목적을 숨겨야만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와 진행 중이던 신주 및 전환사채 인수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SM엔터 지분을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약 2400억 원을 투입했고,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 이상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로 공모했다.
주가 조작 과정에서 카카오 계열사를 동원하거나 주가 부양을 위한 입장문을 시장에 발표하고 엔터업과 관계 없는 카카오 기업자금을 주식 매입에 사용하는 등 조직적인 범행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카카오 임직원들은 수사에 대비해 미리 하이브의 공개매수 저지 목적이 없었다며 ‘입맞추기’를 하고 하이브 인수에 논의한 카카오워크 대화방을 삭제하는 등 조사·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했다.
검찰 관계자는 “카카오는 시장 참여자들이 알아야 할 인수 목적을 숨기고, 은밀히 장내매집으로 시세조종해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실패시키면서 공개매수제도를 형해화했다”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 인수전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고가에 매수한 SM엔터 주식은 현재 폭락해 일반 투자자에게도 큰 피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작년 10월과 11월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달 김 위원장을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김 위원장이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가 있다"며 지난달 2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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