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 간호법에 대한 의료계 대응 수위를 두고 온라인에서 공방을 벌였다. 박 위원장이 의협의 간호법 문제에 대한 대응이 미진하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으로, 의사들 사이에서 이 이슈를 두고 의협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전날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전국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그는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박종혁 이사, 채동영 이사도 참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의 업무 보고에는 간호법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군요. 저만 심각한가요”라고 지적했다. 의협의 간호법 이슈 대응을 두고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임 회장도 같은 날 낮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전국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안인 의료농단, 전공의, 의대생 지원책, 간호법 등에 대해서 집행부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드렸고 시도의사회장님들의 여러 조언도 듣고 협력 요청했다”고 전했다. 의협 집행부 인사들은 박 위원장 글에 댓글로 의협이 간호법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명하기도 했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간호법 관련해 문건 작성은 없이 구두로 별도 설명까지 있었던 걸로 보고받았다. 보고 문건에 노출시키는 것과 중요하게 보는 건 별개”라고 답했다. 채동영 홍보이사는 “집행부 상임이사회에서 거의 매주 안건으로 올라오고 있고 대응 방법과 진행 과정 등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과 임 회장의 공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사람은 임 회장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4월 박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할 무렵부터 온라인상에서 계속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의료계의 민감한 의제인 간호법 문제를 두고 다시 충돌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6월 의협 중심으로 의료계가 단일 창구를 구성한다는 소식을 반박하며 “임현택 회장은 뭐 하는 사람이죠? 중심?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범의료계 특별위원회의 혼선과 관련해 박 위원장이 “임 회장은 아직도 중요한 게 뭔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부디 자진 사퇴를 고려하길 권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에서 여야가 간호법 처리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의협의 대응에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간호법에 대해 “의료법 체계를 훼손한다. 의대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에 대한 보복성 행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임 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임 회장은 지난해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으로서 이필수 당시 의협 회장의 대응을 두고 ‘변명 대잔치가 눈앞에 와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어제 회의에서 특별히 논의되거나, 결정된 게 없다”며 간호법과 관련해서도 “아무것도 논의를 안 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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