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에 대한 정부의 진단이 한 발 후퇴했다.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내수 회복세가 지연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경제 상황에 대해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며 경기 흐름이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5월 처음으로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했다”고 한 이후 4개월 연속 ‘내수 회복’을 명시했다.
다만 ‘내수 회복 조짐’ 앞에 ‘완만한’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됐다.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표현도 ‘지속되는 모습’으로 톤을 낮췄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내수 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라는 큰 틀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조짐’이라는 표현 없이 ‘내수 회복’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모자라고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지표들에는 내수 부진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뒷걸음질 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6월 소매판매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역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2.7%, 4.6% 줄어들었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에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낮췄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내수가 활력을 찾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도 두 달 연속 안정세에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7월 소비자물가(2.6%)가 전월 대비 0.2%포인트 반등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상 악화로 채소류 가격은 뛰었지만 전체적인 농축수산물 물가의 상승 폭은 축소됐다”며 “7월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8.4%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유가가 낮았기 때문에 발생한 기저 효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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