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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공실이었던 명동 랜드마크 '여기'…관광객 발걸음에 활기

■'쇼핑 1번지' 명동의 부활

외국인 늘면서 소비회복세 뚜렷

소규모 상가 공실률 2.4%로 뚝

밀리오레에 9개 브랜드 대거 입점

올영도 명동서만 7번째 매장 오픈

관광객 겨냥 콘텐츠 발굴도 활발

9일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명동을 찾아 지갑을 여는 외국인이 늘면서 7년간 공실이던 밀리오레에도 패션·뷰티·식음 브랜드가 대거 입점했다.




“쇼핑할 수 있는 상점과 길거리 음식점이 많고 활력이 넘쳐서 좋아요. N서울타워나 남대문시장과도 가까워서 한국에 있는 동안 매일 명동에 오고 있어요.”

9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미국인 니콜(26) 씨는 한국산 화장품이 가득 담긴 종이 가방을 들고 있었다. 바로 옆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오갔다. 금발 머리에서부터 짙은 피부색, 히잡을 두른 사람까지 국적도 다양해 보였다. 이강수 명동상인복지회 총무는 “중국과 일본에서 온 관광객이 많았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유럽·미국·동남아·중동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명동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어 있던 상가마다 흉물처럼 붙어 있던 ‘임대 문의’ 표지도 이날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명동에서 최근까지 텅텅 비어 있던 1번가와 중앙로 사이 상가들도 하나둘씩 점포가 들어찼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52.4% 수준까지 치솟았던 명동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올해 2분기 2.4%로 낮아졌다.

무려 7년간 공실로 골머리를 앓던 명동 ‘밀리오레’도 8월 말 패션·뷰티·식음 브랜드가 대거 입점한 후 활기를 띠고 있다. 명동 밀리오레는 지하철역과 대로변 앞에 위치해 과거 랜드마크로 꼽혔던 장소다. 하지만 소유주들 간 갈등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1~2층 상가가 오랜 기간 비어 있었다.

이곳에 입점한 9개 매장은 오픈 효과와 상권 회복의 영향을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이랜드가 8월 말 밀리오레 2층에 문을 연 신발 편집숍 ‘폴더’의 경우 해당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평균 대비 3배가량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픈 직후 3주간 매출에 비해 4~6주차 매출은 27% 상승하며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같은 시기 CJ올리브영도 밀리오레에 명동에서만 일곱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밀리오레 매장에서 명동 상권 내 3위 수준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면서 “8월 말 오픈 이후 일평균 2000명이 방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밖에 8월을 기점으로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인스턴트펑크’나 ‘로엠’ 같은 패션 브랜드가 줄줄이 명동 밀리오레에 입점했다.

9일 서울 명동 거리를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명동에 다시 몰려든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갑도 활짝 열고 있다. 단순히 방문객 수가 늘어난 것을 넘어 소비 회복세가 뚜렷하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와 협업해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가맹점 1만 1000곳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상승했다. 팬데믹 기간인 2022년 1~9월보다는 1735%(약 18배) 뛰어올랐다.

외국인 관광객을 붙잡기 위해 매장별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랜드 폴더는 각종 악세서리를 활용한 ‘신꾸(신발 꾸미기)’를 즐길 거리로 내걸고 명동 밀리오레점을 외국인 특화 매장으로 만들었다. 이 매장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무려 95%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일본(40%)과 중국(35%) 소비자들이 많은 점도 고려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쿠션감과 유연성이 뛰어난 ‘벌커나이즈드 공법’의 스니커즈를 많이 찾고 중국인은 화려한 패턴의 신발 수요가 높다”면서 “국가별로 상이한 취향을 고려해 매대를 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밀리오레에 들어선 CJ올리브영 명동역점은 K팝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오프라인 매장 첫 음반 코너를 조성했다.

이랜드가 명동 밀리오레에 오픈한 신발 편집숍 ‘폴더’ 내부. 사진 제공=이랜드


다만 소상공인들은 이 같은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전통 상권들보다야 사정이 낫다지지만 최근 몇 년 새 국내 소비자들은 명동 대신 서울 성수동이나 한남동 등지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70% 정도 (방문객이) 돌아온 것 같다”면서 “내국인이 찾지 않아 상대적으로 외국인이 더 많아 보이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자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이 명동 상권의 장기적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장별로 외국인 고객층과 그들이 즐겨 찾는 콘텐츠를 분석해 같은 연령대의 내국인도 유인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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