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환자는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민우 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와 이재준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천대영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2형 당뇨병 지속 기간에 따른 치매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2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만 혈당을 낮추는 기능이 떨어지는 대사 질환이다.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 자체에 문제가 있는 1형과는 달리, 2형 당뇨병은 성인기에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40세 이상 남녀 중 5년 이내 뇌경색을 겪었고 치매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11만 8790명을 선별했다. 뇌졸중은 크게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의 약 80%를 차지한다.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심장질환 등이 뇌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연령에 따라 '40∼64세', '65세 이상'의 두 그룹으로 나누고 당뇨병 상태를 △정상 △공복혈당장애 △신규 발병 △발병 5년 미만 △발병 5년 이상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다음 7년 여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2형 당뇨병이 새로 발병한 뇌경색 환자의 치매 발병률은 17.7%로 당뇨병이 없는 정상 유형의 치매 발병률 15.3%보다 1.16배 높았다. 당뇨병 발병 5년 미만 그룹은 18.9%, 발병 5년 이상 그룹은 23.0% 였다. 당뇨병 지속 기간이 길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당뇨병 발병 5년이 지나면 혈당이 정상 범위일 때보다 치매를 겪을 가능성이 1.5배 가량 커지는 셈이다. 치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을 고려했을 때도 5년 이상 당뇨를 앓았던 환자는 치매 발생 위험이 약 46.7%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인 40∼64세에서도 2형 당뇨병 지속기간이 길수록 치매 발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의 치매 발병률은 당뇨병이 없는 정상 상태에서 4.5%, 당뇨병 초기 단계인 공복혈당장애에서 4.3%, 2형 당뇨병 신규 발병 상태에서 4.9%, 발병 5년 미만 상태에서 6.3%, 발병 5년 이상 상태에서 9.3%로 조사됐다. 2형 당뇨병이 5년 이상 지속된 경우 다른 변수들을 통제해도 정상 대비 치매 발병 위험도가 약 1.84배 높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치매 발생 위험 증가 폭이 적었다.
연구팀은 뇌경색 환자가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았다면 치매 예방을 위한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2형 당뇨병이 시작된 경우 뇌혈관 손상이 장기간 누적돼 뇌졸중 이후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오랜 기간 당뇨로 인해 뇌상태가 취약해진 상태에서 뇌경색이 발병하면 2차 신경 손상과 염증 반응이 가속화돼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뇌경색이 발병하기 전 2형 당뇨병의 지속 기간에 따라 치매 발생의 위험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며 “특히 젊은 연령대일수록 2형 당뇨병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 논문 추가 인용 색인(SCIE)급 국제학술지인 '알츠하이머병 연구 및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 3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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