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했던 의약품이지만 2023년 이후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며 아성도 무너진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바이오시밀러 친화 정책을 펼치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이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애브비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휴미라 글로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11억 4900만 달러) 감소한 11억 2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판매 지역인 미국에서 매출이 10억 달러 이상 급감한 영향으로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매출이 무려 58% 줄었다. 휴미라의 미국 내 점유율은 현재도 70% 이상이지만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약값을 내리고 리베이트를 늘리며 매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휴미라는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건선 등 15여 가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2003년 출시된 이후 2022년 글로벌 매출이 212억 3700만 달러에 육박하며 전세계 의약품 매출 1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2023년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되며 암젠의 암제비타를 시작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 등 바이오시밀러가 앞다퉈 출시됐고 매년 30% 이상씩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애브비는 실적발표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잠식 등으로 인해 미국 휴미라 매출이 기대치를 밑돌았다”고 언급했다.
실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내 매출과 점유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삼성에피스의 마케팅 파트너사 오가논은 1분기 삼성에피스의 휴미라 시밀러 ‘하드리마’ 글로벌 매출이 전년 동기 55% 증가한 47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 중 미국 시장 매출이 3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미국을 포함해 주요국들이 바이오시밀러 우대 정책을 펼치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식품의약국(FDA)에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간소화하고 PBM을 압박해 더 많은 바이오시밀러가 유통되도록 장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임상 3상에서 이뤄지는 ‘비교 임상 효능연구(CES)’의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FDA와 협력해 바이오시밀러 임상 간소화를 위한 신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11월까지 완화된 CES 규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다. 미국에서만 10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의약품으로 최근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시작돼 업계에서는 휴미라 이후 최대 시밀러 시장이 열렸다고 평가한다. 삼성에피스와 셀트리온은 현지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중 일부와 협상을 마친 상태다.
삼성에피스가 존슨앤존슨을 상대로 ‘프라이빗 라벨’ 제품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에 승소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프라이빗 라벨은 제약사 브랜드가 아닌 PBM 산하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중간 유통 단계가 적어 가격이 저렴한 만큼 PBM들은 본인부담금 0원에 공급하는 등 다른 제품보다 우대하고 있다. 산도스, 암젠 등이 약국급여관리자(PBM)을 통해 판매 중인 휴미라 프라이빗라벨 시밀러는 이미 미국 점유율 2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프라이빗 라벨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공급을 확대하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오리지널사의 첫 소송으로 알려졌다”며 “미국 내에서 바이오시밀러 우대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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