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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아파트·산업·교통이 춤추는 땅…'일극 도시' 강남

■강남(김시덕지음, 인플루엔셜 펴냄)

1970년대 개발에 강북 富의 이동

주거·상업·수변 '삼위일체' 갖춰

'강남적 삶의 양식' 전국으로 확대

대기업 거점·GTX 중심·재개발…

향후 대서울권, 강남 일극축 재편

임장하는 인문학자 '진짜모습' 제시





박형준 부산시장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엘리트의 약 85%가 강남에 거주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근거가 불분명한 과장된 수치임에 틀림없으나 강남이 사람과 돈 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드물 것이다. 강남은 유망한 부동산 투자처를 넘어 경제·교육·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한민국 원탑’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떻게 오늘의 강남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이런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들은 많았으나 대부분 투자의 관점에서 쓰인 책들이었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이 쓴 ‘강남’은 저자가 오랜 문헌들과 현장 답사에서 찾아낸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

요즘 강남은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를 의미한다. 1960년대만 해도 강남은 영등포 지역을 일컬었다. 채소 밭과 화훼 단지가 들어차 있던 영등포의 동쪽, 즉 영동지구(서초구와 강남구)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강남 시대의 서막이 오른다. 영동대교, 영동대로, 영동고등학교 등의 명칭은 그 흔적이다. 이때 강북에서 넘어온 재벌, 전국에서 몰려든 복부인뿐 아니라 철거민까지 강남 개발과 투자에 뛰어들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의 기원이 됐다. 1970년대 들어 시작된 잠실지구 개발은 한강의 본류를 막아 당시 강북 생활권이었던 잠실도(島)를 강남에 붙이는 것이 핵심이었다.

잇단 아파트 지구 개발은 ‘강남적 삶의 양식’을 전국으로 확장시키는 원형이 됐다. 압구정지구에 현대백화점과 한양백화점(현 갤러리아)이 배치된 것은 주거와 결합한 시도였다. 잠실에서는 그 양식이 극대화됐다. 아파트, 수변공간(석촌호수), 복합 쇼핑몰(롯데월드 및 쇼핑몰) 등 한국 개발 단지 최초로 ‘삼위일체’를 갖춘 잠실지구는 도시 계획의 기본 틀로 전국 신도시로 전파됐다.



저자는 특히 잠실 일대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강남 3구의 문화적·상업적 중심지는 강남구가 아닌 송파구”라고 분석한다. 강남·서초의 아파트가 더 비싸지만 도시의 가치는 집값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본격화될 종합운동장의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 단지 개발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삼성역, 대대적인 아파트 재건축까지 고려하면 이 일대가 거대한 ‘어트랙션(놀이기구·흡입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저자는 미래의 강남에 상당히 낙관적이다. 그동안 서울이 광화문, 여의도, 강남 3각 축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앞으로는 대서울권이 강남을 중심으로 확장되며 강남 일극 축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현대차·롯데·신세계 그룹의 본사 또는 주요 거점이 위치한 점도 경제 심장으로서 강남의 위상을 방증한다. 남산타워가 서울의 중심이 강북이었을 때를, 63빌딩이 서울의 첫 강남인 영등포 지역을 키울 때의 상징물이라면 롯데월드타워는 강남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판교, 용인, 동탄, 평택까지 뻗는 반도체 벨트는 ‘강남 일극’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강남의 발전에 모순과 문제점도 있음을 지적한다. 개발 속도전을 펼치느라 도시 계획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침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필수적인 배수 시설을 혐오 시설로 인식해 기피하기에 문제는 반복된다. 또 1970년대 구축 아파트가 각종 공사비, 조합원 간 갈등, 정부 규제로 인해 언제 재건축될지 모른다는 점도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책 말미에는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다. 저자는 강남의 미래에 대해 상당한 낙관론자이지만 정책 결정권자들의 후진적 사고 방식에 일침을 서슴지 않고 날린다. “정책 결정권자들이 코엑스 광장에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형상화한 ‘말춤’ 손목 동상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촌스러운 발상을 하고 실행하는 것만 막아도 강남의 미래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안 그래도 지겨운 강남 타령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임장하는 인문학자’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두 발로 강남 곳곳을 누비며 부동산 열풍에 가려진 진짜 강남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땀 냄새 나는’ 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472쪽 2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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