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무용계가 주목할 만한 레퍼토리를 연이어 선보이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발레부터 현대 무용, 한국 전통 춤에 이르는 다채로운 춤의 물결이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우선 발레계는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2025 대한민국 발레축제’로 춤의 향연을 선사한다. ‘발레의 모든 것을 경험하는 최고의 축제'를 목표로 올해도 12개 단체가 참여해 9일부터 내달 22일까지 총 26회의 공연을 펼친다. 서울시발레단이 요한 잉거의 안무 ‘워킹 매드 & 블리스’를 9~18일 아시아 최초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또 창단 49년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시립발레단은 31일 예술의전당에서 로맨틱 희극 발레의 걸작으로 꼽히는 ‘코펠리아’를 선보인다. 서울에서 전막 공연은 30년 만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이 6월 4일 무대에 올리는 ‘샤이닝 웨이브’도 소녀와 고래의 이야기를 시적으로 그린 감각적 무대로 기대를 모으는 주요 작품이다.
올해 축제가 ‘연결(ConneXion)’을 주제로 한 가운데 ‘한국 발레계의 전설’인 최태지 국립발레단 명예감독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의 예술적 여정을 되짚는 뜻깊은 무대도 준비됐다. 2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선보이는 ‘커넥션, 최태지 X 문훈숙’은 후배 무용수들의 헌정 공연과 두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무대로 꾸며질 예정이다.
한국 무용 팬들에게는 국립정동극장이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창작 무용 ‘단심’이 반가운 선물이 될 전망이다. 8일 개막해 6월 28일까지 공연되는 ‘단심’은 고전 설화 ‘심청’을 모티브 삼아 한국 무용과 전통 연희를 토대로 심청의 내면을 짚어나가는 작품이다. 총 3막으로 이뤄진 극은 감각적인 무대 연출과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션 디자이너 겸 연출가인 정구호가 구축한 무대는 심청의 내면을 드러내는가 하면 몽환적인 바다 속 용궁을 빛으로 구현해 신비롭고 아름다운 ‘심청’의 세계관을 완성한다. 또 작품은 데뷔 40년 만에 무용수로 변신한 배우 채시라의 출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생명을 관장하는 용궁 여왕 역할을 맡은 채시라는 춤과 몸짓을 통해 심청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드라마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낸다. 정혜진 안무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청의 내면을 몸짓과 동작에 담아 관객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새로 문을 연 GS아트센터는 개관 기념 공연인 ‘예술가들’ 시리즈를 통해 스페인 현대 무용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의 작품 세 편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모라우는 무용이 아니라 사진과 움직임, 연극을 공부한 이력을 바탕으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 무대를 완성하고 있는 전방위적 예술가다. 앞서 지난달 30일~1일 스페인 전통 춤인 플라멩코를 흑백의 강렬한 무대로 연출한 작품 ‘아파나도르’가 공연돼 호평받은 가운데 오는 16~18일에는 ‘파시오나리아’와 ‘죽음의 무도’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파시오나리아’는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인간 감정을 억누르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정교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8명의 무용수를 통해 위트 있는 부조리극으로 연출하는 작품이다. 죽음의 무대는 유럽 중세부터 내려오던 전통의식을 설치와 비디오, 퍼포먼스를 통해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제의적 춤이다. 작품은 무대가 아닌 공연장의 로비에서 실현하는 방식을 통해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