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우여곡절 끝에 김문수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하면서 21대 대통령 선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3자 대결로 압축됐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당 후보로 교체하려 했지만 이를 안건으로 올린 당원 투표가 부결되면서 극적으로 김 후보가 대선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총 7명의 후보가 최종 등록했다고 밝혔다. 국회 의석수에 비례해 기호 1번은 이재명, 기호 2번은 김문수, 기호 4번은 이준석 후보로 각각 정해졌다. 기호 3번 조국혁신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경청 투어 마지막 일정인 전남 화순·영암군 등을 방문해 “반역사 세력, 반민주공화국 세력을 반드시 제압하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을 언급하며 실용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네 편과 내 편, 출신, 색깔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국가 위기에 화해하고 포용하고 국력을 모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에는 ‘빛의 유세’라는 콘셉트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김문수 극적생환…이재명·이준석과 '대선 레이스'
김 후보는 전날 전 당원 투표가 부결되면서 후보 교체 위기를 딛고 당 대선 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김 후보는 “반드시 당선돼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당원 투표 결과에 승복했지만 김 후보가 제안한 선거대책위원장직은 실무적 협의를 이유로 수락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화합과 통합의 시간”을 강조하며 선거운동 첫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지지층 결집에 나선다.
보수 균열의 틈새는 이준석 후보가 공략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단일화 과정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36시간 만에 개혁신당 당원이 3000명 이상 증가하며 ‘키맨’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귀동 민정치컨설팅 전략실장은 “이준석 후보가 15% 이상의 지지율을 이어갈 경우 보수 재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 진영의 적장자’를 내세운 이준석 후보는 첫 선거운동 지역으로 전남 여수를 선택했다.
이재명, 민주당 첫 '50% 득표' 노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일 “압도적인 투표 참여와 압도적인 선택으로 여러분의 세상과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두고 압도적인 지지를 당부하면서 ‘대세론’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이날 전남 화순에서 유권자들과 만나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존재하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을 향해서 우리가 지난해 12월 3일에도 싸워 이겼고, 지금도 계속되는 내란을 싸워 이기는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압도적 승리를 목표로 잡고 있다. 집권 이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압승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의뢰, 무선 ARS 방식)의 5월 2주 차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 후보와의 3자 가상 대결에서 52.1%의 지지율로 경쟁 후보를 압도했다. 이 후보는 모든 대선 주자의 출마를 가정한 다자 대결에서 51.6% 지지율로 경쟁자를 따돌렸다(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 중앙여심위 참조).
압도적 승리 기조는 선대위에서도 이어졌다. 윤여준 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논란을 언급하며 “이런 세력에게 나라를 맡기시겠나. 이 후보의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대세론 업고 '압승' 방점
국힘에 실망한 '보수층' 끌어안고
안보·농업 등 국정운영 능력 강조
국힘에 실망한 '보수층' 끌어안고
안보·농업 등 국정운영 능력 강조
정가의 관심은 이제 이 후보가 대선 당일까지 상승세를 끌고 갈 수 있을지에 쏠린다. 이른바 ‘1987년 체제’ 이후 대선에서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역대 최다 표 차이 승리를 거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득표율도 48.7%였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정권 심판에 대한 강한 여론이 이 후보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이어가려면 혁신적인 통합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에 대세론을 구축한 것이 되레 견제 여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70석의 과반 의석 민주당(입법부)이 사법부 견제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마저도 장악하면 ‘3권 분립’의 의미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지난 대선에서 그 주장으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면서 ‘내란 종식’ 프레임 부각에 힘썼다.
이 같은 견제론의 방어를 위해 이 후보와 민주당이 선택한 전략은 지지층 확장이다. 후보 교체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실망한 보수층까지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10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홍 전 시장 같은 훌륭한 분들이 함께해주시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로 유명한 전남 강진군 사의재를 찾은 자리에서는 “우리가 정책을 하거나 국정을 할 때도 편 가르지 않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정책 중심 행보로 국정운영 능력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도 △양곡관리법 개정 △‘천원의 아침밥’ 사업 강화 △농어촌 주민수당 지급 등의 내용이 담긴 농업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의 경우 포퓰리즘 논란을 감안한 듯 “논 타작물 재배를 늘리겠다”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해병대 정책 발표문’을 통해서는 “해병대를 독립적인 ‘준(準) 4군 체제’로 개편하고 해병대 사령관의 위상을 격상하겠다”고 밝혀 해병대 예비역연대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냈다.
대선 레이스 첫날 광화문서 출발
판교·대전서 'K이니셔티브' 유세
판교·대전서 'K이니셔티브' 유세
이 후보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정식을 여는 것으로 22일간의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선대위는 광화문광장을 첫 일정 장소로 택한 이유를 “빛의 혁명의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교(혁신)·동탄(반도체)·대전(과학기술)으로 연결되는 ‘K이니셔티브 벨트’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에 앞서 이달 2일부터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통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찾기 어려운 소도시 51곳을 방문했다. 10일에는 경남 진주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후원자로 알려진 독지가 김장하 선생을 만났다. 이 후보는 이날 경청투어를 마무리하며 “민생 문제가 참 심각하다. 소멸 위기 지역을 많이 다닌 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 많다”며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소명을 굳게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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