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개된 국가통계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3년 10개월 동안 102번에 걸쳐 부동산 통계를 왜곡했다. 상급기관 뜻을 거스르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하락 대신 보합으로 공표한 한국부동산원에 국토교통부 과장은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통계조작 유혹의 발단은 매주 나오는 아파트 시황에서 출발했다. 매매가 뜸한 지역에서조차 주 단위로 시황이 변하고, 거래가 없어도 매도 호가를 높이면 지수도 따라 오른다. 28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정부 입장에서는 자꾸 오르는 통계가 거슬렸을 것이다.
일주일새 시황이 급변하는 이유는 정성적 요소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원 약 300명은 표본 아파트의 실거래를 파악해 지수화하고 매주 목요일 발표한다. 표본 거래가 없으면 주변 거래 동향, 호가, 중개업소 의견을 참고해 산정한다. 조사원의 지역 이해, 중개업자 주관이 지수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이한 구조인데도 정부는 정책 효과를 즉각 파악하겠다며 매주 아파트 통계를 낸다. 공급 대책이나 금융 규제 영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논리다. 월간·분기 단위로 통계를 내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부동산 자산 의존도가 특히 높다는 이유도 제시한다.
하지만 정부의 조급함 때문에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는 매주 절망에 빠져 산다. ‘다음주에도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다 무리하게 집을 사고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의 결말은 서울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최고치 행진으로 이어졌다.
비판이 커지자 정부는 조만간 주택가격동향조사 신뢰도 확보 방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기이한 정성적 집계를 뜯어고치는 것은 물론이고 공표 방식도 집값 안정화·가계부채 관리 목표에 상응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민간이 매주 내는 아파트 통계를 굳이 정부기관까지 경쟁적으로 공표할 필요가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무모한 통계조작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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