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초 다시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미국의 정책은 전방위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관세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기후 분야에서의 변화 역시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값싼 석유·가스를 앞세워 제조업 부흥을 다시 꾀하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과 청정에너지 예산 전액 삭감은 그러한 기조의 상징적 조치다.
‘트럼프2.0과 에너지대전환’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세계와 한국에 미칠 영향, 그리고 이에 맞설 수 있는 전략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에너지경제 전문가 유승훈 교수와 산업·에너지 전문 기자 이재호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변화하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의 흐름 속에서 한국이 놓인 좌표를 확인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는 걱정할 필요 없다”, “바다가 500년 안에 4분의 1인치 오를 뿐”이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부정해 왔다.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공정한 부담”이라며 취임과 동시에 내팽개쳤다. 이러한 트럼프의 기조는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정교하고 완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 여파는 단순히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 시절 추진되던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 관련 예산 152억 달러는 전액 삭감되었고, 이로 인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탄소포집 기술 지원, 배터리 생산 인센티브가 줄줄이 폐지됐다. 이 같은 급격한 정책 전환은 국제 사회의 기후대응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은 미국의 행보를 주시하며 눈치작전에 들어갔고,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때 제출한 국가는 195개 파리협정 서명국 중 단 19개국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일부 개발도상국은 미국의 탈퇴를 명분으로 자국의 협정 탈퇴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기후 리더십의 공백 속에서 국제적 공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에너지소비국인 중국이 과연 기후 위기 대응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보급량의 38%를 차지하며, 태양광 패널과 풍력터빈의 최대 생산국 자리에 올랐다. 전기차 보급과 관련 배터리 산업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 등 전기차 핵심 소재의 채굴 및 공급망 관리에서도 글로벌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악셀 팀머만은 “탄소중립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선언할 수 있는 나라가 필요하며, 중국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급변하는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속에서 ‘에너지 빈국’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저자들은 한국이 ‘에너지안보, 탄소중립, 성장’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3.6%에 달하는 대표적 에너지 수입국이다. 에너지안보는 타협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이며 탄소중립은 이제 세계사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한국 역시 파리협정의 당사국으로서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에너지전환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고 저자들을 입을 모은다.
특히 저자들은 천연가스를 ‘브릿지 연료’로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원자력의 건설 지연,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난항 등을 고려할 때 LNG발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가장 실용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또한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본 등 역내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청정수소·암모니아 공동개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등 다양한 협력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2.0과 에너지대전환’은 단순히 현상을 진단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적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공저자 유승훈 교수는 스탠포드 대학교 및 엘스비어 출판사가 선정한 세계 상위 2% 학자에 2023년,·2024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에너지경제 분야 학자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 정책 수립에 관여해온 실무형 학자다. 이재호 기자는 20년 넘게 에너지 산업을 취재해온 베테랑 기자로, 생생한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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