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BYD)의 전기차 유럽 판매량이 지난달 처음으로 미국 테슬라를 앞질렀다. BYD가 유럽 시장에 진출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테슬라를 밀어내고 유럽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는 양상이다.
22일(현지 시간) 시장조사 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BYD는 지난달 유럽연합(EU) 전체 28개 회원국에서 전기차를 7231대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9% 급증해 전체 순위 10위에 올랐다. 테슬라의 4월 판매량(7165대)은 전년 대비 49%나 감소해 11위를 기록하며 ‘톱 10’에서 밀려났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계 판매량은 1만 6447대로 1위인 폭스바겐(2만 3514대)을 바짝 뒤쫓았다.
BYD의 역전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비호감’ 이미지로 인해 주춤하는 틈을 타 BYD가 유럽 시장 주도권을 빼앗는 흐름이라는 판단에서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에 따르면 EU 내 테슬라 차량 신규 등록은 올 1월 전년 동월 대비 50% 급감한 데 이어 2월(-47%)과 3월(-36%) 연이어 미끄러지고 있다. 자토다이내믹스의 펠리페 뮤노스 애널리스트는 “BYD와 테슬라 간 판매량 차이는 크지 않지만 그 의미는 엄청나다”며 “BYD가 2022년 말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량 역전은) 유럽 자동차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BYD는 빠르게 유럽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 이달 15일에는 왕촨푸 CEO가 직접 헝가리를 찾아 현지에 BYD 유럽 본사와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BYD의 유럽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스마트 모빌리티와 첨단 전동화 기술 개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틀 전인 21일에는 1대에 2만 3000유로(약 3580만 원)인 전기차 해치백 ‘돌핀서프’를 유럽에 출시하며 저가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계가 중국 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해 전기차 가격을 최저 2만 유로 선으로 내리자 BYD도 가격을 끌어내리며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EU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습’을 막기 위해 관세율을 최소 17.8%, 최고 45.3%까지 인상했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대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면서 유럽 공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BYD, 지리, 상하이자동차(SAIC) 등 중국 업체들은 올해부터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있는 PHEV 출시에 집중했고 이는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BYD의 ‘실유(SEAL U)’는 지난달 6083대가 팔리며 유럽 PHEV 차량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자토다이내믹스는 PHEV까지 포함할 경우 BYD의 1년 전 대비 총 판매량 증가 폭은 지난달 359%까지 치솟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시행된 탄소 규제의 영향으로 한동안 유럽에서 이어졌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완화될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중국 전기차 업계가 더욱 적극적으로 유럽 영토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올해 1~4월 EU 내 전기차 판매량은 75만 9325대로 1년 전보다 27.5% 증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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