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은 예외 없이 택시운전자격을 박탈하도록 한 법 조항에 대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면,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입법도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판결의 의의가 있다.
헌재는 29일 7명의 재판관 전원 일치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택시운전자격을 반드시 박탈하도록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택시라는 직종의 특성과 성범죄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누가 더 위험한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일정 형량 이상의 범죄 전력이 있는 경우 자격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시민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이어 “택시는 밀폐된 공간에서 승객과 단둘이 있는 경우가 많고, 심야 운행도 잦아 범죄 노출 가능성이 크다”며 “준법의식이 부족한 사람이 운전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할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으로 정해진 형량 기준만으로 판단하는 방식이, 복잡한 사정을 일일이 따지지 않고도 자격 여부를 일관되게 정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헌재는 “각 사건의 사정을 일일이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도 불확실하다”며 “금고형 이상의 집행유예처럼 명확한 기준을 정해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재는 자격 박탈이 평생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후에는 회복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한의 범위도 일정하다고 설명했다. 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면 다시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국민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공익이,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아동·청소년 대상 위계에 의한 추행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개인택시 기사가, 부산시로부터 택시운전자격 취소 처분을 받은 뒤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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