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물건너간 '줄라이 패키지'…초고율 관세로 韓 정밀타격 할수도

■트럼프 관세 급제동…韓 대미 통상협상 영향은

한미 협상 당분간 표류 불가피

대선 이후 준비시간 벌었지만

품목관세는 유지…낙관 일러

무역확장법 통한 공세 가능성

"美와 대화기조 유지해나가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 국제통상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효력을 정지하면서 한미 사이의 관세 협상은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새 정부가 들어서면 5주 동안 집중적으로 협상해 ‘7월 패키지’를 도출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였으나 핵심 협상 대상인 상호관세 자체가 일단 무효화 돼서다. 새 정부로서는 협상 시간을 번 측면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어서 미국 사법 절차에 따라 관세 불확실성이 수년간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미 연방 국제통상법원의 판결 소식이 정해지자 관세 협상을 맡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하루 종일 비상회의를 거듭하며 긴박한 일정을 소화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사법부는 관습법 체계여서 우리의 상식과 다르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시나리오별로 나눠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단 백악관은 곧바로 항소를 예고했지만 법원이 IEEPA 자체의 남용을 금지한 상황이어서 기존 상호관세와 같은 형태의 관세를 각국에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관세 부과 수단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가동하려고 해도 품목별로 미 정부가 최소 석 달 동안 사전 조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즉각 조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및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마련해 둔 조사 보고서를 인용하는 일종의 편법을 쓴 바 있다. 품목관세를 예고한 반도체의 경우 1기 행정부 때 작성해 둔 보고서가 없어 현재 상무부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 다른 무기인 무역법 301조 역시 관세 부과 전 상대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한 뒤 일단 협상을 벌여야 하고 의회에도 보고해야 해 즉각적인 관세 부과가 어렵다.

어쨌든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는 협상을 준비할 시간을 벌게 됐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 등 18개국 모두 급하게 미국에 협상 카드를 내밀기보다 관망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통상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료는 “새 정부가 제대로 내각을 꾸리기도 전에 관세 협상부터 해야 할 판이었는데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오히려 미국 측의 힘이 빠졌을 때 미국 측에 협력적인 인상을 보여주면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감안하면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상호관세가 없어졌다 해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부과된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관세 협상의 양대 기둥 중 하나인 상호관세가 사라졌으니 외려 품목관세를 강화하는 식으로 미국이 대응할 수 있다”며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품목관세 대상은 모두 주요 수출품이어서 관세 인하가 필요한데 미국이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가 핵심 품목의 관세를 올려 무역적자 해소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IEEPA에 근거한 행정명령이 정지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했던 중국 등을 대상으로 한 ‘펜타닐 관세’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어서 그동안 누려왔던 중국 제품에 대한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 인상 효과도 사라졌다.

만약 미국 정부가 반도체에 초고율 관세를 물리거나 자동차·철강 등 우리나라의 아킬레스건 품목에 대해 관세를 추가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와 기업들이 최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상급심으로 가면 법원 판단이 트럼프 행정부에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사법부는 행정부의 외교 권한을 상당히 존중하는 전통이 있다”며 “본안 심의가 시작되면 연방 법원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이번 판결을 미국발 관세 부과의 최종적인 철회로 해석하면 안 된다”며 “기존 대화와 협의의 틀을 유지하면서 계속 조율하고 협상해 나가려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이번 판결이 호재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섣불리 마음을 놨다가 나중에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미국과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