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27년 10월로 예정된 임기 만료 이전에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의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논의를 해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FT는 WEF의 창립자이자 전 이사회 의장인 클라우스 슈바프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이같이 전했다.
FT에 따르면 슈바프 전 의장이 가장 최근 라가르드 총재와 만난 시점은 지난달 초다. 슈바프 전 의장은 “라가르드와 (당시) WEF 리더십 전환에 대해 논의했고 라가르드가 늦어도 2027년 초 의장을 맡을 준비가 될 때까지 내가 의장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임기가 2027년 10월까지이므로 슈바프 전 의장의 주장대로라면 약 10개월가량 일찍 ECB 총재직을 사임하고 WEF 의장으로 옮기는 논의를 했던 것이다.
슈바프 전 의장은 라가르드 총재를 위한 주택도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WEF가 본사 옆에 소유한 고급 주택인 ‘빌라문디’를 이미 라가르드가 쓰기로 준비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더 많은 책임을 맡게 되고 여기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라가르드 총재는 그동안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해당 직책을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라가르드 총재는 조기 퇴임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슈바프 전 의장이 성추문 의혹과 인종차별 논란 속에서 지난달 전격 퇴진하면서 라가르드 총재로의 의장직 전환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커졌다. 애초 슈바프 전 의장은 지난달 4일 퇴진 의사를 밝힐 당시 2027년 1월까지 사임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2주 만인 21일 퇴진했다. 슈바프 전 의장은 “두려운 점은 마땅한 해결책도 없이 조직과 관련해 이런 일이 지속된다면 라가르드 총재가 WEF 총재직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라가르드 총재를 잃고 싶지 않으며 여기서 일궈왔던 것들이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FT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ECB 대변인은 “총재는 책무를 완수하는 데 전념해 왔고 임기를 마칠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혔다. WEF 측은 “전임 의장과 라가르드 총재 간에 비공식적 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