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대기업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000660) 노조는 8%대 인상안을 제시한 가운데 전날 현대자동차 노조는 작년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저성장에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앞에 놓은 기업들은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와 사측은 지난 28일 이천캠퍼스에서 2025년 1차 임금교섭을 진행했다.
노조가 제시한 임금교섭안에는 △임금 8.25% 인상 △연봉 상한선 상향 △차량 유지비 및 유류비 등 통상임금 확대 △인사평가 개선 구성원 대상 업적금 800% 보장 △초과이익분배금(PS) 배분율 상향 및 상한 폐지 등 요구가 담겼다.
PS의 경우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전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개인별 성과 등을 연계해 지급해왔다. 노조는 "과거 외부 요인에 의해 임금 인상이 됐다면 이제 구성원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임금 인상) 수준이 필요하다"며 경영 실적과 구성원 희망을 기반으로 임금교섭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측은 대내외 경영 환경과 보상 경쟁력 수준 등을 포함해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가 최종 합의한 임금 인상률은 5.7%였다. 노조는 작년에도 당초 8%대 인상을 요구했으나 2022년(5.5%)과 2023년(4.5%)보다 인상률을 소폭 올리는 수준에서 사측과 접점을 찾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발판으로 역대 최고인 23조 4673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현대차(005380)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지난해 순이익 30%의 성과급과 정년을 최장 64세로 연장하는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에는 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호봉 승급분 제외)과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이 담겼다. 직군·직무별 수당 인상 또는 신설, 신규 인력 충원, 퇴직자 지원 센터 건립 등도 요구한다. 또 노조는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을 개시하는 전년 말(최장 64세)로 연장할 것을 제시했다.
노조는 정년 연장과 연동해 숙련 재고용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숙련 재고용자는 정년퇴직 후 다시 계약직으로 고용된 직원을 뜻한다. 현대차는 1년+1년 계약으로 총 2년을 보장하되 임금은 신입 사원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다.
단협 요구안에는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주 4.5일제가 담겼다. 현재 통상임금의 750%인 상여금을 900%로 인상하는 내용도 요구한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타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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