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기술 기업을 키워내지 못해 경제 성장이 정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유럽이 단일시장을 강조하지만 국가별 법, 제도, 문화 등이 달라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유럽의 낮은 노동생산성, 자본시장의 발달 수준이 낮은 점 등이 유럽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꼽힌다.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미국에서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유니콘 기업 수는 690개로 집계됐다. 이들의 총 기업가치는 2조 5300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의 유니콘은 107개로 이들의 기업가치는 3333억 8000만 달러 수준이다. EU 유니콘 수는 162개의 유니콘을 보유한 중국 대비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유니콘의 총 기업가치 7024억 6000만 달러에 이른다.
유럽은 기업들이 상장하거나 각 산업에서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는 30개 이상의 국가가 서로 다른 법과 언어·문화를 갖고 있어 초기 단계의 기업을 더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벤처캐피털(VC)도 미국 대비 5분의 1에 그쳐 모험자본의 활성화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개발(R&D)도 저조한 양상이다. 2023년 기준 미국의 R&D 지출은 8230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EU는 504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WSJ은 “유럽의 1인당 정부 지출은 미국과 비슷하지만 민간 자본 유입이 훨씬 적다”며 “경제 성장 정체 및 과도한 규제 등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유럽의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1990년대 후반 EU 노동자의 시간당 생산성은 미국 노동자의 9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8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유럽은 노동 근무 시간도 비교적 짧은 축에 속한다. 2023년 미국 노동자의 주 평균 근무 시간은 34.6시간인데 반해 EU 노동자의 주 근무 시간은 30.2시간이었다.
생산성이 떨어진 탓에 유럽 경제는 미국만큼의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EU 경제 규모는 미국보다 약 3분의 2 수준으로 최근 몇 년간 성장률도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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