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공식 매체에서 ‘괴뢰 한국’ 표현 사용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상부는 최근 1년 반 넘게 사용해온 ‘괴뢰 한국’ 용어 사용을 중단하라는 방침을 하달했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달 북한 노동당으로부터 괴뢰 한국 표현 금지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남 호칭 변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 재정의와 맞물려 있다. 과거 북한은 남측을 ‘남조선’으로, 비난할 때는 에는 ‘남조선 괴뢰’로 불렀다. 하지만 김정은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후 ‘남조선’ 표현이 사라졌다.
이후 ‘괴뢰 대한민국’, ‘괴뢰 한국’ 등의 표현을 빈번히 사용했으나 지난달 22일 강원도 공군 전투기 부품 낙하 사고 보도를 끝으로 북한 관영 매체에서 한 달 넘게 이 표현을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도 지난달 25일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 연설에서 ‘한국’, ‘한국군’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괴뢰(傀儡)는 꼭두각시놀음 인형을 뜻하는 한자어로 북한 조선말 사전에는 ‘제국주의 외래침략자들에게 예속된 민족 반역자’로 정의돼 있다. 한국이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것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한다. 대북 소식통은 “괴뢰라는 표현 자체가 민족 또는 동족 관계를 연상시키는 용어”라며 “주민들에게 남북이 한 민족이라는 인식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남측을 특수하게 취급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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