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2차 휴전 협상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 본토 공군 기지를 대규모 드론으로 기습해 10조 원 규모의 전투기에 손실을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외신은 이번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에 대한 성과를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에 비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당국자는 1일(현지 시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의 벨라야 기지를 비롯한 러시아 본토 공군 기지 4곳을 드론으로 타격해 70억 달러(약 9조 7000억 원)어치에 달하는 전략폭격기 41대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르쿠츠크 지역은 전쟁 최전선에서 4300㎞ 이상 떨어진 곳으로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먼 러시아 본토를 드론으로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러시아 공군 기지 2곳을 타격하는 장면이라며 러시아 최북서단 도시인 무르만스크의 올레냐 기지에서 전투기 여러 대가 불타는 장면을 보도했다.
이번 작전의 이름은 ‘거미집’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지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온전히 이뤄낸 결과이고 계획에서 실행까지 1년 6개월 하고도 9일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작전 계획을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당수 외신과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습이 전쟁의 판도와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 등을 모두 흔들 수도 있는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츠라안궁에서 2차 휴전 협상을 진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규칙을 다시 썼다”며 “러시아 최고 사령부도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미국인들만큼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인 군사 전문가인 세르히 쿠잔은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어떤 군사작전도 이런 일을 수행한 적이 없다”며 “(러시아의) 전략폭격기는 모두 전부 120대뿐인데 40대를 공격했고 이는 엄청난 숫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하일로 드라파티 우크라이나 육군 사령관은 이날 자국의 군사훈련 시설이 공격받아 12명이 숨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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