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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젠 통합을 외칠 때

이승령 정치부 기자


"본투표 날에 비 온 다는 날씨 기사, 사전투표 유도하려고 쓴 거 아니에요?"

날씨 예보 기사를 작성한 동료 기자는 부정선거론자의 공격대상이 됐다. 12.3 비상계엄 18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61일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분열상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 계엄과 탄핵이 촉발한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합’을 외쳤다.

그러나 정작 거리에서는 서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넘쳐났다. 여기에는 12.3 비상계엄 이후 지난 반년동안 '갈라치기’를 조장한 정치권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정치인들은 하루에도 십 수 편의 논평을 쏟아내며 공허한 네거티브 공세에 몰두해 온 게 사실이다.

‘상대방 깎아 내리기’는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따라가는 쪽에서 더 심했다. 국민의힘 회의는 ‘명모닝’이라는 조롱이 나올 정도로 ‘이재명 때리기’에 집착했다. 국민의힘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개의 재판을 받는 가운데 과대망상에 휩싸여 방탄복을 입고 다니며 총각 행세로 불륜을 저지른 총통 독재자'일 뿐이었다. 이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설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후보자의 발언에 지지자들은 열광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우리 지지자들이 계엄과 탄핵으로 움츠러들어 있었는데 이제는 다시 나올 것”이라며 “범죄자 이재명을 우리 국민들이 뽑아 주겠냐”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에 질 세라 ‘우리에게 찍히면 내란세력’이라는 프레임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기에 바빴다.



정책 대결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은 선거 8일 전, 민주당은 6일 전에야 겨우 공약집을 내놨다. 역대 대선을 통틀어 가장 늦었다. 거대 양당이 이번 대선에서 정책 대결을 외면한 것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한 것은 기막히게 오버랩된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마저 든다.

더 이상의 갈라치기는 나라를 멍들게 하고 국민도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통합을 이끌어내는 것은 정치인의 책무다. 그 정점에 차기 대통령이 있다. 이날 자정을 전후로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 이번에는 말뿐인 통합을 넘어 실질적 통합 행보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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