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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 경제 살리려면 강대국 외교가 필요하다

이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中 따라가면 韓 시장영토에 부정적

美와 동행하되 치밀한 외교전략 필요

새 정부, '개방된 국제질서' 동참해야

이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낮추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후 올해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0.1%의 성장률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처참한 경제 성적표를 넘겨받고 출발하게 됐다. 무역 국가인 우리에게 경제 살리기는 국제 환경이 넓고 유리하게 열려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은 잘못하면 국제 환경을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의 새로운 국제 질서 구상이 그러한 방향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중국을 교정하려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 세계 시장 질서를 일시적으로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새 정부는 우리의 시장 영토가 닫히지 않도록 미중 간의 국제 질서 설계 경쟁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우리와 같은 처지의 시장 강대국들과 공조해 국제 질서를 자유롭고 공정하며 개방된 질서로 유지·발전시키는 이른바 강대국 외교를 해야 한다.

미중 간의 충돌과 경쟁은 정보기술(IT) 플랫폼과 인공지능(AI), 양자(퀀텀), 배터리, 전기자동차, 바이오 등 미래 산업과 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격돌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외세 배격형 분절적 국제시장 질서’를 설계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을 소비 대국으로 변화시킨 ‘개방형 국제시장 질서’를 설계하고 있다. 어느 쪽 구상이 우리의 ‘시장 영토’를 넓혀주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만약 우리의 국제적 시장 영토가 줄어들고, 또 그 시장 영토를 외세 배격형 국가가 관리한다면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의 생존과 자유를 담보하기 어렵다. 더구나 우리의 미래 산업과 시장에서 중국은 이미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도국이다. 중국이 그 시장에서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외세 배격형 제패를 선언한 이상 우리가 파고들 공간은 계속 협소해질 것이다.



과거의 패권 국가는 자국의 소비 시장을 열어놓고 고부가가치 산업과 시장에서 이익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조로 발전했다. 다른 산업국가와 상보적인 관계를 이루면서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반면 지금의 중국은 외세를 차단하는 ‘천하경제권’을 구축하고 전략적 투자로 과잉생산된 상품을 세계시장에 저가로 뿌려댄다. 이로 인해 다른 국가의 산업이 무너지는 것에 그리 괘념하지 않는다. 미국과 달리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할 생각도 없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산업국이 중국에 연결해놓은 공급망도 천하경제권 구상 속에서 언제든 무기화하고 닫을 수 있다는 리스크마저 있다. 이 때문에 공급망 재조정을 포함해 중국을 진정한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다소 거친 설계도를 트럼프의 미국이 제시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오독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전략의 최종 타깃은 중국의 진정한 개혁·개방이며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시장이다. 트럼프가 동맹국도 가리지 않고 이기적으로 돈 계산만 한다는 생각으로 외교를 하면 우리는 천하경제권을 선호하는 국가로 오해받을 수 있다. 우리가 중국을 적대시할 필요는 없지만 중국이 구상하는 천하경제권은 우리의 국익을 담보하는 국제 질서가 아니다. 따라서 새 정부는 트럼프와 동행하면서도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막아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국제 질서를 설계하는 강대국 외교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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