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를 이유로 한동안 중단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이 오는 18일부터 재개된다. 당선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헌법 제84조에 대한 해석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재판 중지’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률 개정으로 인해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이달 18일 오전 10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은 지난달 1일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문제된 발언은 2021년 제20대 대선후보 시절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부분이다. 같은 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이 국토교통부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도 있다. 대법원은 두 개 발언 모두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한 다음날인 지난달 2일 사건을 형사7부에 배당했고, 재판부는 같은 달 15일을 첫 변론기일로 지정하며 속도전을 보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 측이 선거운동 보장을 이유로 기일 변경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6월18일로 연기했다.
해당 사건은 이 대통령의 정지된 세 건의 재판 중 가장 먼저 재개되는 건이다.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관련 1심과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도 선거기간 중 재판이 연기됐다. 이 중 대장동 재판은 이달 24일 재개되고 위증교사 항소심은 아직 기일이 정해지지 않았다. 수원지법에서 진행 중인 쌍방울 대북송금 및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사건은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절차가 진행됐다.
이 대통령의 재판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 개정안이다. 민주당은 허위사실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과,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파기환송심은 면소(법 조항 폐지로 인한 처벌 불가)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고,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른 형사재판도 자동 정지된다. 한 대형 로펌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아무리 재판을 진행하고 싶더라도, 실정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 법이 위헌이 아닌 이상 재판부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 전 진행 중이던 재판에 헌법 제84조(불소추 특권)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해석이 없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달 14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헌법 제84조의 적용 여부는 해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재판 진행 여부에 대한 결정권이 개별 재판부로 넘어간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재판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18일 강행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기일을 넉넉히 잡거나 ‘추후 지정’으로 미루는 선택도 가능하다”며 “재판부 입장에서도 정치적 부담이 크고, 이 대통령 측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판부가 해당 법률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검토를 고려할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해 사법부 내부에서도 논란과 혼선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 한 곳이라도 계속 심리를 진행하면 피고인은 반드시 출석해야 하므로, 정치적 부담이 배가될 것”이라며 “이 경우 민주당은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재판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