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3일 이 대통령 당선 후 첫 메시지에서 “한미 동맹은 철통같다”면서도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이례적으로 중국을 언급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4일 “미국은 중한 관계 이간질을 중단하라”고 맞받아쳤다. 한국 등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을 경계하는 미국과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중국의 압박 속에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주변 강국 모두와 잘 지내는 외교는 이상적이지만 패권 전쟁을 벌이는 미중 대립 구도에서 자칫 동맹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비칠 수 있다. 4일 이 대통령 취임식에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을 초청하지 않은 점도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지금 한미 관계에는 주한미군 감축 및 역할 조정론, 방위비 분담금 인상, 관세 협상 등 국익·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강화와 북중러 밀착 등을 통해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도발 위협을 하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미 동맹이 ‘조용한 위기’에 놓였다며 이 대통령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벅찬 과제에 직면한 대통령’이라고 평했을 정도다.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성공하려면 우선 신뢰 증진을 통해 혈맹인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한중 관계를 상호 존중과 호혜 추구의 사이로 만들 수 있도록 정교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균형 외교’를 내세우다 외교적 불신과 고립을 초래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흔들림 없는 한미 동맹을 토대로 북중러 밀착을 차단해야 국익과 안보를 모두 지킬 수 있다. 미중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체제를 확립할 수 있도록 자강 능력을 키우는 것은 기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