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부지의 핵심 지역인 프루도 베이를 시찰한 뒤 귀국했다. 당초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범으로 알려졌던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기존 송유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건설 난이도가 낮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새 정부는 대표단의 현장 점검 결과를 보고받은 뒤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 대표단은 2~3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제4차 알래스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알래스카 LNG 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대표단 관계자는 “이번 방미에서 알래스카 가스전 관련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현장 시찰의 기회가 주어져 가스전을 직접 둘러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인 주 북부 가스전에서 채굴한 LNG를 약 1300㎞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주 남부 앵커리지 인근으로 옮겨 수출하는 사업이다.
대표단은 알래스카 LNG 사업의 핵심인 파이프라인 건설 가능성과 가스 매장량 등의 정보를 개략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이 방문한 가스전에서는 이미 석유와 함께 천연가스가 채굴되고 있었다. 다만 이를 운반·액화하는 설비가 없어 다시 유전에 재주입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의 핵심 난제로 꼽혔던 파이프라인 신설에 대한 우려도 상당 부분 걷힌 것으로 보인다. 사업 발표 직후 국내에서는 영구동토층에 1300㎞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영구동토층에 구조물을 건설하기 어려운 데다 인프라가 부족해 건설 자재를 운반하기도 힘들어서다.
다만 현장을 확인해보니 이미 프루도베이와 앵커리지를 잇는 송유관이 설치돼있었다. 기존에 설치된 송유관을 따라 가스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알래스카 LNG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글렌파른에 따르면 신설 파이프라인의 70%는 이처럼 기존 선로를 활용할 수 있다. 송유관은 1970년대부터 운영하던 것이어서 가스관 매립·설치를 위한 데이터도 상당히 축적돼 있다. 나머지 30%는 알래스카 인프라가 밀집한 남부 지역이어서 건설 난도가 높지 않다.
알래스카 LNG를 수입하면 에너지 수입 다각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믈라카해협이나 파나마운하처럼 좁은 해역을 지나야 하는 기존의 중동·멕시코만 LNG와 달리 알래스카 LNG는 장애물 없는 태평양을 건너므로 공급망 차단 우려가 작다. 해상운송 시간도 알래스카 LNG는 7~9일로 수개월 걸리는 기존 수입처보다 짧다.
미국산 LNG 수입 확대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경우 향후 이어질 관세 협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통상 당국은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알래스카 방문 결과를 내부적으로 정리해 새 정부에 보고한 뒤 대통령실 등의 지침을 받아 다음 단계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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