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돼 가지만 주요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가 게시돼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부처는 이 같은 지적이 나온 뒤 급히 해당 내용을 삭제했지만 새 정부 초기 국정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정책마당 내 국정과제 탭에는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가 나열돼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공약했던 △대출 규제 정상화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강화 △미래 금융을 위한 디지털 금융 혁신 △디지털자산 인프라 및 규제 체계 구축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과제 목표, 기대효과 등이 제시돼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주요 부처의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지난 정부의 국정과제가 올라가 있던 셈이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방향과 핵심 국정과제가 아직 틀이 잡히지 않은 데다 금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 정부의 국정과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직 어수선하다는 방증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서울경제신문의 지적에 뒤늦게 홈피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 취임 뒤 급박하게 국정이 돌아가다 보니 아직 틀이 다 갖춰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금융감독 기구 개편과 수장 인선이 남아 있어 미처 신경을 다 쓰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총리 직속인 국무조정실도 윤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를 정책 소개란에 내걸고 부처별 주요 목표를 소개했다. 이 가운데는 △탈원전 △정부 운영 효율화 △공수처법 24조 폐지 등도 있다. 이 밖에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주요 정책으로 해놓았다.
정부 안팎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집중력을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기획재정부 1·2차관과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의 인선이 발표됐지만 상당수 부처의 차기 장차관이 결정되지 않았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공직자 국민 추천 제도 시행을 위해 국민들로부터 직접 추천을 받는다고 하면서 일부 부처의 장차관 인선은 조금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사이에 부문별로 일부 정책 누수가 있을 수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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