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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A가 사랑한 악명 높은 징벌적 코스[골프 트리비아]

US오픈 최다 개최지이자 난도 높은 오크몬트CC

코스레이팅 77.5…스크래치 골퍼도 5.5오버파

교회의자 닮은 12개 잔디 능선 처치퓨 벙커 유명

“그린에서 코인 미끄러져” 스팀프미터 탄생한 곳

오크몬트의 처치 퓨 벙커. Getty Images




US 오픈은 골프대회 중 가장 어려운 테스트 무대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쩔쩔매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회를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난도 높은 코스를 선호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CC는 그들의 ‘입맛’에 딱 맞는 곳이다.

오크몬트는 1903년 문을 열었다. 개장한 지 120년이 넘는 이 코스는 미국의 내셔널 히스토릭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올드 코스지만 그 난해함은 결코 무뎌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여겨진다. 코스레이팅은 77.5다. 핸디캡 0인 스크래치 골퍼가 평균 5.5오버파를 친다는 의미다.

오크몬트를 만든 이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출신의 헨리 파운스(1856~1935)다. 그는 철강 사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 전선에 뛰어든 파운스는 20대 초반에 지역 철강 업계 거물이 됐다. 1898년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에게 회사를 매각하면서 40대에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됐다. 파운스가 골프를 시작한 것도 이때인데 그에게 골프를 알려준 인물이 스코틀랜드 출신의 카네기로 알려져 있다.

파운스의 골프 실력은 금방 늘었다. 그는 지역의 한 골프장 회원이었지만 그곳은 그에게는 너무 쉬웠다. 근처에 그의 마음에 드는 코스도 없었다. 모든 골퍼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코스를 원했던 파운스는 직접 골프장을 만들기로 했다. 마침내 1903년 부지를 마련한 그는 그해 가을 150명의 인부와 24마리의 노새를 동원해 12홀을 조성했다. 이듬해에 나머지 6홀을 완성했다.

파운스의 설계 철학은 지극히 단순했다. 잘 친 샷에는 보상을 해주고, 못 친 샷에는 철저한 징벌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오크몬트에는 그 흔한 연못이 없다. 코스 바로 옆에 제법 큰 강이 있는데도 말이다. 나무도 없다(한 때 나무가 있었지만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모두 없앴다). 거의 모든 홀은 직선형이다.

특별한 장해물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오크몬트는 어떻게 징벌적 코스의 상징이 됐을까. 먼저 벙커다. 오크몬트에는 처치 퓨(church pew; 교회 의자)로 불리는 독특한 벙커가 있다. 길이 55m, 폭 36m의 커다란 벙커 속에 12개의 잔디 능선이 교회의 긴 의자처럼 놓여 있다. 처치 퓨 벙커는 서로 교차하는 3번과 4번 홀 페어웨이 사이에 놓여 있다. 두 홀 연속 가혹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훅이 나면 처치 퓨 벙커의 제물이 된다. 잔디 능선들이 샷을 방해하기 때문에 탈출이 쉽지 않다. 선수들은 이곳에 볼을 빠뜨리면 자신의 실수를 참회하는 기도를 올리고 싶은 심정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오크몬트를 난공불락으로 만드는 진짜 핵심은 그린이다. 크고 빠르고 경사가 심하다. 어찌나 빠른지 일부 선수들은 “볼을 마크하려는데 코인이 미끄러졌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타이거 우즈는 “건조해지면 그린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변한다”고 했다.

그린 빠르기를 측정하는 스팀프미터가 탄생한 배경에도 오크몬트가 있다. 1935년 오크몬트에서 열린 US 오픈을 지켜본 아마추어 골퍼 에드워드 스팀프슨은 당시 최고의 플레이어였던 진 사라센의 퍼트가 그린 밖으로 굴러나가는 걸 본 후 그린이 터무니없이 빠르다고 확신했다. 그해 우승 스코어는 11오버파였다. 스팀프슨은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막대처럼 생긴 기구인 스팀프미터다.

악마의 발톱도 숨겨져 있다. 깊이 1m가 넘는 배수로다. 페어웨이 옆이나 코스 중간을 가로지르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순간 방심하면 배수로에 볼이 빠져 곤경에 처하곤 한다. 발목까지 덮는 러프도 위협적이다. 올 봄에는 비가 자주 와서 러프가 더욱 무성하고 질기게 자랐다고 한다. USGA는 6월 12일부터 열리는 올해 대회 때 러프를 5인치(12.7cm)까지 기를 계획이다.

오크몬트는 US 오픈 최다 개최 코스다. 올해가 10회째(1927, 1935, 1953, 1962, 1973, 1983, 1994, 2007, 2016, 2025년)다. US 오픈은 2033년, 2042년, 2049년에도 오크몬트를 찾을 예정이다.

파운스는 1935년 6월 US 오픈 닷새 뒤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영혼이 깃든 오크몬트는 진정한 챔피언십의 테스트 무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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